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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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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넌센스] “아내를 버리란 말이냐” 새 버전

등록 2006-06-21 00:00 수정 2020-05-02 04:24

▣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후안무치는 시대정신이다.”

몇 주 전 칼럼에서 강준만 교수는 이렇게 주장했지만, 원조 후안무치 한나라당의 깊고 그윽한 맛을 평범한 장삼이사들이 따라잡을 수 없는 법이다. 5·31 선거로 대한민국 지도를 파란색으로 떡칠하며 발딱 선 탓에 간덩이가 부으신 탓일까. 부인이 지방선거 공천 희망자에게 돈 받은 혐의로 재판 중인 김덕룡 의원이 딴나라당 재건 프로젝트에 총대를 메셨다. 그는 지금 청와대에 계신 ‘그 양반’급 적반하장으로 “그럼 나더러 아내를 버리라는 말이냐”며 흥분했다고 한다. 1천억원이 넘는 불법 정치자금 집행 책임자였던 ‘흘러간 매부리코’ 강삼재 전 의원도 다음 국회의원 재·보선에 나설 예정이고, 오풍에 밀려 분루를 삼켰던 ‘그때 그 앵커’ 맹형규 의원도 재출마를 준비 중이다. 설렁탕 한 그릇 먹더라도 ‘원조’로 가라고 했던가! 오랜만에 들리는 올드 멤버들의 집결 소리에 한나라 설렁탕집이 문전성시라는 소문이다. 단골들 배려하는 속 깊은 뜻이야 이해하지만, 이제 그만 간판 내리고 폐업 신고 하심이 어떠할지.

“한국 공격수는 하나도 모르는데요.”

한국이 토고를 2-1로 이기기 전 우리의 ‘레블뢰’ 전사(프랑스 대표팀의 별칭)들의 오만한 콧대는 하늘을 찔렀다. 그들의 안중에 토고는 없으셨고, 한국은 당연한 1승의 제물이었다. 그 팀에서 골키퍼를 본다는 바르테즈라는 양반은 ‘반지의 제왕’ 안정환과 신세대 스트라이커 박주영에 대한 평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잘 모르겠는데요”라는 심형래표 개그 한마디로 기자들을 당황스럽게 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4년 전에도 비슷한 친구가 하나 있었던 것 같다. 이탈리아라고 이름 붙은 유럽의 한 변방 국가에서 공격진을 지휘한다는 토티라는 친구는 “한국을 이기려면 1골이면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가, 결국 1골에 만족하시고 다음날 곱게 집으로 돌아가셨다. 독일에서 프랑스로 가려면 프랑크푸르트역에서 기차 타고 8시간 동안 달리면 파리 동역에 닿는다. 편도로 93유로인데, 단체로 가면 할인도 있다. 바르테즈씨! 예산 절감을 위해 예약은 미리미리!

“불법 광고물은 법에 따라 엄단하겠다.”

무시무시한 종로구청 쪽의 답변에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벌벌 떨 수밖에 없었다. “대한민국은 지금 월드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정말 없나요?” “월드컵 보러 집 나간 정치적 이성을 찾습니다.” 월드컵에 묻히고 있는 평택 사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잊지 말자는 뜻에서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지난 주말 1만2천 장의 스티커를 모아 광화문·종로·대학로·신촌 등에 붙였다. 대한민국 공무원들이 국가의 안위를 흔드는 이런 중차대한 일에 손놓고 가만있을 수는 없는 일. 종로구청은 “버스정류장, 담벼락, 길바닥 등은 구 조례에서 지정한 광고물 등 부착 금지 구역이고, 이 스티커들이 상업용 광고물은 아니더라도 민원이 제기될 수 있으므로 즉시 떼어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오늘 출근길에 보니, 종로구청장 당선 사례 벽보 때문에 거리가 좀 지저분하던데. 종로구청 청소과장님,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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