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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스타] 이을용 귀순?

등록 2006-06-01 00:00 수정 2020-05-03 04:24

▣ 이정국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jglee@news.hani.co.kr

“주사위는 시작됐다.”
지난 5월12일 ‘독일 대장정’에 나선 태극전사 23명이 확정됐다. 차두리가 제외된 것을 빼고는 예측 가능했던 ‘엔트리’였다. 대표팀 명단이 발표되자 누리꾼들은 ‘태극전사’ 23명에 대해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이미 대표팀 선수들의 사진은 갖가지 패러디물의 ‘필수 요소’로 쓰이며 누리세상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누리꾼의 기발한 착안과 상상력을 볼 수 있는 다양한 패러디 가운데서도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com)에 누리꾼 ‘ㅁㄴㄹ’가 올린 ‘대한민국월드컵 국가대표팀 소집’편은 압권이다. 특이한 점은 그 흔한 ‘합성’이 사용되지 않고 언론에 보도된 사진을 그대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누리꾼들은 이미지에 열광하지 않았다. 사진이 아니라 ‘사진설명’이 이 패러디의 정수다. 대표팀 소집날 속속 등장하는 선수들의 표정을 잡은 사진에 붙여놓은 촌철살인은 가히 ‘예술’의 경지다. 예를 들어 다소 ‘앳된’ 모습으로 등장한 박주영의 사진 밑에는 ‘휴가철 미아 박주영’, 머리를 짧게 깎은 조원희에겐 ‘조원희 입대’, 마이크에 둘러싸인 이천수에겐 ‘이천수 검거’라는 식이다. 하지만 누리꾼들의 배꼽을 빼놓은 이는 부동의 ‘국대골키퍼’ 이운재 선수다. 늠름한 체구를 자랑하듯 당당하게 걸어오는 그의 모습에 붙어 있는 설명은 ‘이운재 출소’다. 사진과 설명을 본 사람이라면 자지러지지 않을 수 없다. 〈디시인사이드〉의 대표 김유식씨도 “출소가 가장 웃기네요. *^^*”라고 답글을 달았다. 예전부터 이운재 선수는 ‘우람한 몸매’ 덕분에 ‘형님’이란 애칭과 함께 패러디의 소재로 종종 사용됐다. 하지만 ‘을용타’ 이을용 선수에게 붙어 있는 ‘설명’에는 견줄 바가 안 된다. 이을용 선수는 ‘이을용 귀순’이란 설명을 헌사받았다. 평소 별명이 ‘인민군’이었다는 게 수긍되는 사진과 설명이다. 누리꾼들의 답글만 봐도 숨이 넘어갈 지경이다. 대체로 “간만에 나온 진정한 힛겔감”이란 의견이 주를 이룬다. 누리꾼 ‘ㅎ’는 “그냥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사진인데, 밑의 글들 때문에 미친 듯이 웃기네. 센스 최고”라며 재기발랄한 사진 설명에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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