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경태 편집장 k21@hani.co.kr
불편한 이야기 한 토막.
두 달 전 베트남 호찌민을 방문했을 때의 일입니다. 출국 첫날이었던 3월4일 저녁, 베트남 평화의료연대 회원들과 만났습니다. 그들은 중부지방 빈딘에서 진료봉사 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빈딘에는 ‘고자이 학살 위령탑’이라는 게 있습니다. 1966년 2월26일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게 희생당한 고자이마을 주민 380명을 기리는 탑입니다. 마침 올해 2월26일은 40주기였습니다. 베트남 평화의료연대 회원들은 주민 2천여 명과 함께 40주기 위령제에 참석했다고 합니다.
제가 놀란 것은 그 위령제에서 빈딘 예술단이 공연한 ‘빈안의 한’(빈안이란 고자이마을이 속했던 지역의 옛 지명)이라는 가극 중의 노랫말이었습니다. 옮겨적기가 민망할 정도입니다. “그들은 마치 사형집행관들처럼 자동소총을 갈겨댔습니다/ 창자를 찢는 외침 소리와 간을 끊는 울음소리/ (중략) 이 억울한 죽음들을 뼈에 새길 것을 맹세합니다/ (중략) 그대여 두 명의 박정희 병사들이/ 우리의 딸들을 번갈아가며 겁탈하였습니다/ 저희를 위해 복수해주세요/ 그 외침 소리가/ 아직도 불같은 원한의 마음속에 울려퍼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강렬한 톤은 처음이었습니다. 한국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베트남 중앙정부조차 화들짝 놀랄 내용입니다. 한국인이라는 한계 탓인지, 그 노랫말이 불편했습니다. “과거를 접고 미래로 간다”고 하지만, 피해자 가족들의 가슴에 맺힌 한까지 쉽게 접힐 수 없는 노릇이겠지요.
요즘 한국을 향한 베트남인들의 분노는 두달 전 접한 노랫말을 떠올리게 합니다. ‘매매혼’과 다름없는 베트남 여성과의 결혼 중매가 그 표적입니다. 물론 그 중매를 돕는 베트남인 브로커들이 활개치고 있고, 이에 대한 베트남 내부의 논쟁도 치열합니다. 문제는 베트남을 거대한 ‘처녀쇼핑몰’ 취급한 한국인들과 한국언론의 태도입니다. 그들은 수치심과 모욕감으로 끓어오릅니다. 한국에서 공부하는 베트남 유학생들이 들고 일어섰고, 현지 유력 언론들이 팔을 걷어붙였으며, 고위 인사들까지 합세했습니다. 본문에서 보시겠지만, 이렇게 된 데엔 <조선일보>의 역할이 큽니다(18~23쪽).
물론 한겨레도 잘한 게 없습니다. <한겨레>는 지난 2월 3~4차례 ‘준비된 베트남 신부 마음만 먹으면 가능’이라는 제하의 결혼 중개업체 광고를 버젓이 게재한 바 있습니다. 한겨레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일이었다고 고백합니다. 참고로 <한겨레> 광고국 송우달 국장은 4월28일 이렇게 밝혔음을 알려드립니다. “다시는 베트남 여성의 인격을 무시하는 결혼중매광고를 싣지 않겠습니다.”
올해 4월30일은 베트남전 종전 31돌이었습니다. 베트남은 미국을 이겼다는 자부심이 큽니다. 하지만 코웃음을 치는 한국인들이 많습니다. “그래 봤자 뭐해. 그래서… 니네가 우리보다 잘살아?” 우리는 정말 잘 사는 걸까요. 베트남전쟁과 베트남 여성의 그림자 앞에서 대한민국의 천박성을 되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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