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철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justin22@hani.co.kr
교차로에서 빨간 자동차 한 대가 좌회전 신호를 기다린다. 근데 뭔가 이상하다. 아뿔싸! 차는 노란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차선에 ‘다소곳이’ 서 있는 것이다. 대형 사고가 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 아니 대체, 개념을 2% 상실한 듯한 이 운전자는 누구지? 큼지막하게 써붙인 ‘초보’란 글자 말고 다른 정보는 없다. 강아무개씨인지 또는 오아무개씨인지는커녕, ‘그놈’인지 ‘그녀’인지도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그 운전자가 누구인지 안단다. 바로 ‘김 여사’다. 이유? 그런 건 없다. 그들(일부 누리꾼들)에게 이 사람은 ‘무조건’ 김 여사다.
(반대편 차로에 서 있음을 지적하며) “아이코, 일본에서 살다온 김 여사인가.” “김 여사 심경 고백! 역주행 아니다. 난 후진으로 다니는 것뿐.”
여기서 ‘김 여사’란 물론 김씨 성을 가진 특정인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인터넷 포털 사이트나 유명 자동차 게시판 등에서 ‘개념 없는 운전자’ ‘소통에 방해가 되는 운전자’들은 일반적으로 ‘김 여사’로 불리기 시작했다.
‘김 여사 놀이’는 여기저기로 확장된다. 우스꽝스러운 자동차 사고 사진들을 엮어서 ‘김 여사 시리즈 결정판’이라고 이름 붙인다거나, 심지어 ‘해외 토픽’감인 외국의 신기한 자동차 관련 사진들을 게시판에 올리고는 “김 여사, 이번에는 외국으로 출장갔네” “외교부는 김 여사 여권을 회수하라” 등으로 김 여사 놀이를 이어나가는 식이다.
근데 왜 하필이면 ‘여사’라는 성 식별 가능한 단어를 붙인 걸까? 대한민국 진짜 ‘김 여사’들 속상하게시리. ‘김아무개 국회의원이다’ 이랬으면 모두가 통쾌하지 않았을까.
사진을 보고 즐거워하는 뭇 남성들은 “여자들이 공간감이 부족한 것은 사실 아닌가요”라며 댓글을 달았다. ‘여자들은 운전을 제대로 못한다’는 고정관념이 그림을 통해 ‘현장확인’된 것을 두고 즐기는 ‘성차별적 놀이’다. 하지만 ‘김 여사’로 상징되는 ‘여성 비하’에는 많은 누리꾼들이 발끈했다.
“여자라서 못하는 게 아니라 초보라서 못하는 거죠” “도로에서 진짜 문제가 되는 것은 운전 미숙자가 아니라, 난폭 운전자들이다” “가정교육하고는… 어머니한테도 그런 식으로 말하냐~” 등 여기저기서 분노가 폭발한다.
여자들도 운전 잘한다. 운전 못하는 남자들 역시 많다. 고정관념은 무섭다. 대부분의 폭력과 억압이 여기서 출발한다. 댓글은 이렇게 이어졌다. “여자가 다 운전 못하면, 남자들은 다 강간범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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