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시사넌센스] 가짜 빨갱이, 맞습니다 맞고요

등록 2006-04-04 00:00 수정 2020-05-02 04:24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역시 ‘용꿈’ 꾸는 시장님답게 강연 주제도 ‘청년의 꿈과 도전’이었다. 테니스 황제의 동국대 방문을 학생들은 환영 퍼포먼스로 반겼다. 시장님이 학교에 들어서면 “테니스장은 저쪽입니다”, 테니스 라켓을 휘두르며 “테니스 강연은 안 되나요?”. 니들은 떠들거나 말거나, 시장님은 역시 인기 강사. 500여 명의 만장하신 제군들, 아니 학생들이 모였다. 흥행 성공에 각양각색 강의 요청이 밀려들고 있다. 마술 강의 ‘개천에서 용 나는 법’, 서예 강의 ‘용 서체’, 채플 강의 ‘서울을 봉헌하는 방법’, 재테크 강의 ‘돈벌기가 가장 쉬웠어요’, 미용 강의 ‘미운 털 빼는 법’, 패러디 강의 ‘안티팬 천만 명 모으는 법’. 영화 강의 ‘명바기와 옹바기의 결투’, 축구 강의 ‘히딩크와 뽀샵질’…. 시장님 강의로 한 학기 채운다. 그분은 사장님, 시장님 했으니 총장님만 하면 올림픽 삼관왕보다 어렵다는 정관계 ‘삼장’에 등극하신다. 삼박자 구호로 선창한다. “이명박 시장님을 총장실로~ 총장실로!” 에이, 목만 아프다. 어디 그분이 삼장으로 만족하실 분인가. 대통령도 대장으로 바꾸어서 ‘사장’하실 분이다. 뭐라고? 잘못하다 사장당하신다고? 무엄하다!

강금실 캠프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캠프의 요직 중 요직, 패션 코디네이터를 놓고 오빠 두 분이 싸운다. 정인봉 한나라당 인권위원장은 “(로펌) 대표를 사직한다고 하는데, 샤워하고 옷 갈아입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간곡히 성형수술을 권유하는 말씀으로 사료된다(근데 위생 문제까지 걱정하실 필요야…).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은 대략 “청담동 의상실 말고 남대문 시장에서 맞춰 입으라”고 충언했다. 이효리처럼 서민풍의 남대문 패션을 십분 활용하라는 주문이다. ‘강효리’라는 별명에 맞춘 고도의 이미지 전략이다. 참,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도 “시민후보로 위장하지 말라”고 화장법을 조언했다. 사생활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분도 있다. 이한구 한나라당 김재록 게이트 조사단장은 “강금실은 김재록과 부적절한 관계를 밝혀라”고 스캔들 관리를 당부했다. 초당적으로 구성된 강금실 캠프에는 거품 인기에 거품 무는 분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이건 국가기밀인데, 노 대통령 말이다. 겉은 빨갛고, 속은 파랗다. 이건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말씀의 속뜻이다. 사실은 지금껏 언행으로 보여주시지 않았던가. 말은 좌파처럼, 행동은 신자유주의로! 비밀의 증거도 있다. 최근 인터넷에 “대통령은 빨갱이!”라고 올린 상습범이 구속됐다. 그는 얼핏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중얼거렸던 사람의 후예 같지만 사실은 가짜 후손이다. 진실을 폭로하는 척하며 진실을 은폐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말투로 비로소 진실을 밝힌다. “네 가짜 빨갱이 맞습니다, 맞고요.”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