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윤형 기자/ 한겨레 사회부 charisma@hani.co.kr
바야흐로 여성 수난 시대다. 첫 희생양은 한국의 브리트니 ‘효리’였다. 효리의 2집 노래 <겟 차>가 브리트니의 <두 섬싱>을 표절했다는 논란이 일자, 효리는 “이런 때 방송에 나오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음악 프로를 펑크내고 어디론가 잠적했다. <겟 차>가 정말 <두 섬싱>의 ‘짝퉁’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두 섬싱’의 국내 저작권을 관리하는 업체는 “원곡 작곡자가 ‘(<겟 차>가 <두 섬싱>의) 표절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우겼다. <겟 차>가 짝퉁임이 밝혀지면, 양쪽이 수익금을 나누는 선에서 화해할 것이라는 게 업계 사람들의 전망이다. 어쨌거나 이번 사건은 효리에게 전화위복이 될 가능성이 크다. 효리는 짝퉁 한 방으로 평생 ‘두 섬싱’해도 얻을 수 없을 만큼 미국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였고, 구멍가게 수준으로 여겨졌던 우리 음악시장의 규모(“어머 보상금이 이렇게 많단 말이야!”)를 그들에게 뽐낼 수 있으니 말이다. 이승엽 홈런 치고 베이스 돌던 기분이 이런 느낌이었을까. ‘거 참’, 효리! 숨어만 있지 말고 어서 밖으로 나와 ‘두 섬싱’해보란 말이야!
효리의 ‘두 섬싱’에 이어 흘러나온 노래는 문주란의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해>였다. 성추행과 골프와 테니스로 이어지는 한국 정치의 아름다운 스펙터클 속에서 느닷없이 불려나온 구원투수는 ‘영원한 왕언니’ 한명숙 의원이었다. 청와대는 그의 총리 임명 배경에 대해 “여론의 흐름을 감안했다” “개인의 능력뿐만 아니라 정치적 환경, 당과 국회의 협력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생각해보면 무지 기분 나쁜 말이다. “개인의 능력뿐만 아니라, 정치적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여자들, 이러고도 참아야 합니까!) 나도 남자지만, 물 좋을 때는 지들끼리 치고 받다가, 똥물 튀기니까 여자에게 마이크를 넘기고 눈만 멀뚱멀뚱 뜬 채 먼 산을 바라보는 남자들 꼭 있다. 사상 첫 여성 총리를 탄생시킬 ‘위기’에 놓인 잘나신 참여정부 초기의 여성 장관은 4명. 지금은 여성가족부 장관 달랑 1명이다. 문주란이 1992년에 불렀듯, ‘남자~아’는 ‘여자~아’를 정말로 귀찮게 한다. 대한민국 모든 여성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올린다.
그렇지만 정말로 여자를 귀찮게 하는 분은 따로 있었다. 서울시장 한번 해보겠다고 맹아무개 의원과 쌈박질에 여념 없는 우리의 홍준표 의원. 그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의 지지율 설문조사 결과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에게 6.8%포인트나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재치 있는 말 한마디로 전세를 단번에 역전시키고 싶었나 보다. 홍 의원은 얼마 전 라디오 대담 프로에 나가 “강 전 장관은 법무부 장관 시절 수도이전에 적극적으로 찬성했던 사람”이라며 “서울시장 출마보다는 공주·연기 시장에 출마하는 게 오히려 낫겠다”는 독설을 내뿜었다. 우리나라를 균형 발전시키자는 데, 서울 사람이 따로 있고 지방 사람이 따로 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수도이전에 적극 반대하셨던 ‘테니스맨’께서는 용꿈 그만 꾸시고 서울시장에 한 번 더 출마하시길 부탁드리고, 홍 의원께는 지역구민들을 위해 동대문구청장으로 멸사봉공해주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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