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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치는 통계] 4%

등록 2006-02-17 00:00 수정 2020-05-03 04:24

▣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시중금리의 중심은 정책금리인 콜금리이다. 갖가지 금리 지표는 여기에 연동돼 오르내린다. 콜금리가 오르면 채권시장의 지표 금리인 국고채 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인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동시다발적으로 높아지며 시차를 두고 금융회사의 예금·대출 금리 인상으로 이어진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월9일 콜금리를 연 4%로 0.25%포인트 올렸다. 2003년 6월 이후 32개월 만의 4%대다. 이번 콜금리 인상의 배경은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5%)을 회복하고 있는 점이 꼽혔다. 경기 회복의 분위기가 뚜렷하니 금리 정책을 중립적 기조로 돌려 과잉 유동성, 부동산값 거품화 같은 저금리 정책의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월 말 미국이 또 한 번 정책금리를 인상함으로써 한-미 금리 격차가 0.75%포인트로 벌어져 이를 좁혀야 하는 사정도 있었다.
금리 인상의 배경으로 꼽힌 경기 회복 분위기를 실감하는 이들은 아직 많지 않지만, 평균적으로는 사람들의 살림살이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지표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한은이 금리를 인상한 날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소비자 전망조사 결과’를 보면, 6개월 뒤의 경기, 생활형편, 소비지출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감을 보여주는 소비자 기대지수가 104.5였다. 지난해 4월(104.7)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높고, 5개월째 오름세다. 기대지수가 기준치인 100을 넘어서면 여섯 달 뒤의 경기나 생활형편 등이 지금보다 좋아질 것으로 보는 소비자가 나빠질 것으로 보는 소비자보다 많다는 것을 뜻한다.
소득계층별 소비자 기대지수를 보면, 100만원 미만(97.0)을 뺀 나머지 소득계층은 모두 기준치를 넘어 경기 회복의 기대감이 평균선 아래쪽으로도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희망’을 반영하는 기대지수가 ‘현실’의 체감지수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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