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2025년 2월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생떼는 끝났다. 윤석열이 선포한 12·3 비상계엄은 한마디로 생떼였다. 그는 한국의 정치체제에서 가장 많은 권한을 지닌 통치권자이면서도 야당과의 정치적 갈등을 조정하거나 타협하는 데 그 권한을 쓰지 않고 총칼을 동원해 헌정을 파괴하고 권력 독점을 시도하는 생떼를 부렸다.
한 번의 생떼로 끝난 것도 아니었다. 잘못을 저질러놓고 혼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거짓말하는 어린아이처럼 윤석열은 국헌 문란을 주도해놓고 태연한 얼굴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하며 남 탓만 했다. 그러면서 대국민 담화로 부정선거 음모론과 중국 혐오론을 유통시켜 한국 보수의 극우화를 조장했다. 서울서부지법에서 일어난 폭동,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는 광장의 시민들에게 가해진 언어 혹은 물리적 폭력은 모두 윤석열의 저 생떼와 남 탓에서 비롯했다.
문제는 우리의 사법체계가 내란범의 권력을 박탈하는 데(형사처벌이 아니다) 무려 111일이나 소요했다는 점이다. 헌법재판소는 마침내 윤석열 파면 결정을 내렸지만, 계엄군의 국회 침탈 하나만으로도 이미 가능한 통치권 박탈을 오랜 기간 주저하면서 윤석열 세력의 생떼와 남 탓이 내란 이전보다 더 넓게 통용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검찰과 법원이 구속 기간을 계산하는 70년 관행을 일시적으로 허물고 내란범의 구속을 취소해준 것 역시 우리 사법체계가 엘리트 카르텔 앞에 한없이 무력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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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과정이 대통령에게 가장 많은 권한을 안기는 정치체제, 그리고 헌재와 검찰, 법원을 포함한 사법체계가 더는 한국 사회의 최종심급이 되어선 안 된다는 말을 우리에게 해주고 있다. 윤석열의 권력을 박탈한 것을 마지막으로 헌재를 낳은 1987년 체제를 접고, 정치체제와 사법체계를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사회 대개혁을 추진해야 하는 까닭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윤석열의 생떼를 가능케 한 대통령 일방 권력을 해체하고, 대의민주정을 중심으로 다원화한 가치가 서로 공존하며 평화롭게 다툴 수 있는 정치체제를 갖춰야 한다. 그런 정치체제라야 시민사회에도 생떼와 남 탓과 혐오가 접히고 다원화한 가치가 여기저기서 빛을 발할 수 있다. 그러니 무엇보다 우선해야 하는 건 윤석열 세력이 다시는 무도하게 총칼을 들 수 없도록 처벌하고, 내란으로 취약성이 드러난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제대로 성찰하는 일이다.
그런데 벌써 엘리트 카르텔은 윤석열의 내란을 사소한 일로 취급하면서 섣부른 용서와 화해를 말하고 있다. 엘리트 카르텔의 온상과 같은 대학의 전직 총장이 내란범과 야당을 도맷값으로 묶은 뒤 이들을 “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용서하고 아량을 베풀자”고 말한 것이 하나의 예다.(2025년 4월2일치 한국일보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 칼럼) 시민의 저항을 무력화하는 이런 발언들은 내란범들을 형사처벌하는 내내 반복될 것이다.
한겨레21은 눈을 부릅뜨고 지난 넉 달 동안 시민들을 불면의 밤과 내란성 화병으로 내몬 낡은 엘리트 카르텔의 횡포를 감시하려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체제 전환과 사회 대개혁을 원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광장과 일터, 지역과 소외된 자리에서 길어올려 대의민주정에 전하는 공공 저널리즘을 구현하려 한다. 뒤늦게 온 봄이니만큼 꽃은 제대로 피워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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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편집장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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