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찬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pjc@hani.co.kr
‘현대생활백서, 인터넷생활백서, 백수생활백서, 학교생활백서, 초딩생활백서, 왕의남자백서, 노처녀백서, 권법백서….’
인터넷에서 백서 발행 열풍이 거세다. 사전적 의미로 백서는 ‘행정기관이 소관사항을 제출하는 보고서’라고 되어 있다. 영국 정부의 공식보고서 표지가 백색인 것에서 유래했고, 주로 경제나 노동, 국방 등 공무와 어울려 경제백서, 노동백서, 국방백서식으로 활용됐다. 그러나 요즘 백서 발간의 주체는 정부나 관공서가 아니라 누리꾼들이다. 지난해 한 통신회사가 휴대전화와 생활에 얽힌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 ‘현대생활백서’ 광고가 공감을 얻으면서 끝없이 이어지는 ‘백서 패러디’의 원천이 됐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백수생활백서’다. 한국방송 <개그콘서트> 화제의 코너인 ‘현대생활백수’는 청년 실업의 암울한 현실과 맞물려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개그콘서트> 방송 동영상은 인기 절정이고, 개그맨 고혜성의 유행어 “~해주면 안 되겠니?” “대한민국에 안 되는 것이 어딨어”는 게시판 댓글로 응용돼 끝없이 변조된다.
현대생활백서를 중학생들이 패러디해 만든 ‘학교생활백서’ 동영상은 두 달째 누리꾼들의 배꼽을 잡고 있다. 이 동영상은 창원 팔룡중학교 방송반이 만든 것으로 학생들과 교사들이 직접 출연한다. “‘변화’- 장학사가 오면 칠판 왼쪽에 어느샌가 학습목표가 붙어 있는 현상. ‘남의 떡이 커보인다’- 학교급식소에서 자기 앞 차례까지 많이 주다가 자기 차례에 조금 주는 현상. ‘타이밍’- 펜을 빌려주면 꼭 수업 마치고 가방 챙긴 뒤에야 돌려주는 현상. ‘학교생활의 중심’ 팔룡중학교.”
‘왕남폐인’들은 ‘왕의남자백서’를 돌려보며 키득거린다. “길을 걷다가 잘생기고 뽀샤시하고 샤방한 남자를 만나면 ‘어때, 궁금하지 않아? 한번 벗겨보자구. 남자라면 시원하게 벗어보란 말야!’라고 한다. 부작용- 변태로 오인당한다.”
‘노처녀백서’에는 노처녀들의 실존적 고민이 묻어난다. “제1장, 우리는 바지 두른 남자라고 다 좋아하진 않는다. 제3장, 우리는 작은 선물 하나 받아놓고 절대 눈물 흘리지 않는다.”
이 밖에도 일상생활에서 쉽게 연마할 수 있는 권법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권법백서’ 동영상도 나왔다. 권법 달인으로 등장하는 인물의 다소 어이없고 엉뚱한 권법 연기로 중독성이 강하며, 삼성이 20대 젊은이를 겨냥해 만든 지식정보 포털인 ‘영삼성’(youngsamsung.com)이 야심작으로 내놓아 더욱 화제다.
‘○○백서’는 더 이상 딱딱한 공문서가 아니다. 누리꾼의 재치가 합해져 생활의 법칙이나 경향성, 습관에 관한 ‘촌철살인’이다. 그러나 백서는 느끼지 못하면 웃을 수 없고, 그로 인해 게시판에서 ‘왕따’당할 수 있는 치명적 약점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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