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경태/ 한겨레21 편집장 k21@hani.co.kr
마감할 기분을 망쳤습니다.
10년 전 이야기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1996년 1월6일, <한겨레21>의 원고 마감날 풍경입니다. “광석이가 죽었는데, 이까짓 기사 나부랭이나 써야 하냐고요~.” ‘뇌상’을 입은 일부 기자들이 저녁시간 과하게 술을 마시며 객기를 부리던 기억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날 아침 서른세 살 가수 김광석이 죽었습니다. 그때 준비 중이던 표지이야기 제목이 떠오릅니다. ‘1996 예상 베스트 100’. 원래 그 ‘베스트 100’ 중의 한 명으로 김광석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올해 최고, 최다 라이브 콘서트를 기록할 가수는?”이라는 질문과 함께 “1995년 1천 회의 라이브 기록을 세운 김광석이 단연 1위일 것”이라는 예측 기사가 이미 출고된 상태였습니다. 물론 부음이 전해지면서 “패왕이 떠난 자리에 군웅이 할거할 것”이라는 내용으로 급히 대체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10년이 흘렀습니다. ‘서른 즈음에’ 있던 저는 마흔 즈음이 될락 말락 하는 지경입니다. 한 줌에 잡힐 듯한 10년이지만,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정권이 교체됐고, 외환위기의 깜깜한 땅굴을 통과했으며, 남북 정상회담의 감격을 누렸습니다. 허리춤에 매던 삐삐가 휴대전화로 바뀌더니, 인터넷 없이는 살기 갑갑한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뉴욕에 있는 세계무역센터 건물이 비행기 공격을 당했으며, 미국은 이라크를 작살내러 침공했다가 함께 작살나는 중입니다. 그동안 누가 더 착하게, 누가 더 못되게 살았던 걸까요. 거대담론이 퇴락한 시대,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노랫말로 뭉갤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점점 더 멀어져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한겨레21>은 2006년 신년호에 ‘김광석 10주기 특집’을 마련했습니다. 그의 노래가 풍미하던 시대를 추억하는 모든 이들의 가슴이 따뜻해지기를 빕니다. 하지만 새해 들어서자마자 누군가의 10주기를 기념한다는 것이 썩 유쾌한 일만은 아닙니다. 다가올 10년도 멀지 않았다는 불길한 예감 탓입니다. 아마도 2016년 새해에 발행되는 <한겨레21>은 ‘황우석 스캔들 10주년’ 특집을 실을 것만 같습니다. 그날이 오면 세상은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까요. 황우석 교수는 무슨 연구를 하고 있을까요. 흥미로운 상상이지만, 그런 특집기사를 빨리 보게 될까 두렵습니다. 부질없는 욕망이되, 2016년 1월1일은 느릿느릿 왔으면 좋겠습니다.
이번호 표지이야기는 그보다 34년 더 나아간 2050년입니다. 먼 미래를 투시할 수 있는 망원경을 새해 선물로 드립니다. 잿빛은 빼고 분홍빛만 넣었습니다. 그래서 디스토피아가 아닌 유토피아 2050입니다. 저는 특히 오슬로국립대 박노자 교수의 사회체제 예측(54~56쪽)을 읽으며 많이 웃었습니다. ‘아내의 섹스’를 다룬 부분에서였습니다. 부부간의 성모럴은 정말 그렇게 획기적 또는 엽기적으로 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2050년을 진정한 유토피아로 맞이하기 위해 우리 모두 지금부터 열심히 노력하자, 라고 할 마음은 손톱만큼도 없습니다. 그저 2006년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한겨레21>은 그 눈앞의 유토피아를 위하여 멧돼지처럼 돌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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