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교토의 밤은 뜨거웠다. 아무도 그들의 애정행각을 말릴 순 없었다. 부시와 고이즈미는 쑥스러운 줄 몰랐다. 고이즈미는 “둘도 없이 소중한”이라는 낯뜨거운 표현을 했고, 부시는 “사활적이며 강고한 관계”라고 뜨겁게 화답했다(참고로 고이즈미는 23년째 ‘돌아온 싱글남’이다). 미-일이 목숨 걸고 사랑한다는 말씀. 부시는 한술 더 떠서 “두 나라가 긴밀할수록 다른 아시아 나라에도 좋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임금 부부의 금실이 좋으면 백성들도 두루 편안해진다는 말씀으로 해석된다. 아쉽게도 교토의 밤은 저물었고, 7박8일 일정으로 동아시아 민속촌 패키지 관광(공식 콘셉트는 ‘동아시아 역사와의 대화’)을 뛰고 있는 부시는 교토에 이어서 경주를 방문했다. 하지만 교토의 달밤이 너무 뜨거워서인지 신라의 달밤은 조금 썰렁했다. 부시는 다보탑 탑돌이도 부인 로라와 함께 했다. 노무현이 불국사를 떠난 다음 살짝 했다. 부시와 노무현 사이에는 어떤 뜨거운 밀어도 없었다. 다만 부시는 동아시아에서도 예의 민주주의 고무찬양 발언을 잊지 않았다. 중국에 ‘자유의 문’ 운운하며 충고했고, 대만에는 인권 개선을 칭찬했다. 장금이의 열성팬으로 추정되는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은 불친절한 금자씨의 말투로 (혼자서) 쏘아붙였다고 한다. “너나 잘하세요!”
미국의 칭찬 받기를 좋아하는 대만이 또 칭찬 들을 짓을 했다. 대만에서는 ‘부모성 함께 쓰기’가 아니라 ‘부모성 골라 쓰기’가 법제화되고 있다. 대만 정부는 ‘자녀의 성은 아버지를 따른다’는 민법 조항을 ‘부모 쌍방의 협의로 서면 약정한다’로 바꾸기로 하고, 개정 법안을 입법원에 상정할 계획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골라 쓰는 재미가 있다! 부모가 서로 자기 성을 써야 한다고 우기면? 인류가 개발한 최선의 민주주의인 제비 뽑기로 결정한다. 이유는 명쾌하다. 판사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오~ 중화인민의 실용주의여! 중화의 유구한 실용주의는 최근 대만에서 활짝 꽃을 피우고 있다. 우연히도 한국이 데모를 하면, 대만은 법안을 만든다. 한국의 병역거부자들이 몸 바쳐가며 병역거부 운동을 해도 한국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지만, 대만 정부는 ‘알아서’ 병역거부권을 인정하는 법안을 만들었다(대만의 병역거부 ‘운동’이 한국만큼 활발하지는 않다). 한국의 성소수자들이 악을 쓰며 인권을 주장하면, 대만은 인권법에 슬쩍 성소수자 인권보호 조항을 넣었다(대만의 성소수자운동은 한국보다 유구하다). 이처럼 대만은 한국보다 ‘운동’이 부족한 사회지만 뜬금없이 진보적인 정책들이 나온다. 이상한 섬나라다.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이유? 첫째, 요구하기 전에 들어준다. 중화인민의 실용주의를 변주하는 대만 집권층의 유구한 시혜의 전통이다. 게다가 오늘날 동아시아에서 대만이 국가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인권 국가 중국’에 맞서는 ‘인권 선진국 대만’의 이미지가 절실하다. 끝내 떨치기 어려운 의문. 그런데 대만에는 유림이 없나? 갑자기 성균관 유림의 혀 차는 소리가 들린다. “근본 없는 섬나라,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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