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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스타] 맹순아 죽지 마

등록 2005-11-04 00:00 수정 2020-05-03 04:24

▣ 김미영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kimmy@hani.co.kr


“저는 죽지만, 맹순이를 살려주세요!”

<미디어 다음> 텔레비존 게시판에 올라온 ‘hyunsung’이라는 누리꾼의 사연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한국방송 <장밋빛 인생>의 맹순이처럼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았다는 이 누리꾼이 올린 ‘사력을 다해 시청하고 있는, 암과 함께 산다는 것’이라는 제목의 글은 조회 수 15만 건, 댓글 500건을 넘기며 누리꾼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사연의 주인공은 외국에서 석사 학위를 마친 뒤 사업을 하다가 현재의 남편을 만나 석 달의 연애 끝에 결혼했다. 6개월간 꿈같은 신혼을 보냈지만, 청천벽력과 같은 사형선고를 받고 현재 3년째 투병생활 중이다.

“나는 언젠가부터 숨쉬기 힘들 만큼 슬프고 아픈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버릇이 생겼다”는 말로 시작되는 이 글의 주인공은 “자신과 너무 비슷한 처지의 맹순이로 인해 나름의 위안을 얻으며, <장밋빛 인생> 방송 날만을 기다리게 된다”며 자신의 사연을 담담하게 적고 있다.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어느 날 ‘악성 뇌종양’이라는 사형선고를 받고 미친 듯이 괴로워 울부짖다가 자연스럽게도 주변 정리를 해나가고 있지만, 진실이라고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매일 새벽녘 화장실에서 토하는 일로 시작되는 하루하루가 괴로워서 이제 그만 죽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드린 적도 많았다. 남편이 가엾다. 미안하고, 사랑한다….”

이 사연이 올라오자 누리꾼들은 한결같이 그에게 쾌유를 빌면서 희망을 가지라고 응원하고 있다. ‘강미주’는 “생사의 기로에서 사력을 다해 싸우는 님께 기립박수를 보낸다”고 응원했으며, ‘JS’는 “말기 환자에게도 기적은 있다. 병을 고치는 건 의지에 달렸으니 조금 더 힘을 내라”고 글을 남겼다. 일부 누리꾼들은 자연의 기적과 같은 삶을 소개하기도 했다. 10년 전 대장암으로 고생을 했다고 소개한 ‘maru’는 “살 수 있다는 강한 신념과 긍정적인 사고로 살아가다 보니 그사이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희망을 잃지 말라”고 조언했다.

이 글의 주인공은 글 끄트머리에서 “제작자님, 맹순이는 접니다. 비록 저는 죽을 겁니다. 하지만 극중의 저는 죽이지 말아주세요. 드라마를 시청하는 동안 나도 아직 살아 있다는 따뜻한 호흡을 느낍니다”라며 맹순이를 살려달라고 부탁했다. 시청률 40%를 넘으며 주부들의 저녁시간을 붙들어맨 <장밋빛 인생>의 맹순이는, “내가 바로 그 처지”라고 호소한 누리꾼의 간절한 사연을 만나 누리꾼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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