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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구현사전] 회식[hoisik](會食)

등록 2005-07-19 00:00 수정 2020-05-02 04:24

▣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여럿이 함께 모여 음식을 먹음. 일주일에서 하루 전에 시간과 약속장소를 정해 예약을 하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 음식이 마련된 자리로 이동한다. 홀보다는 방이 애용되며 상에 깔린 하얀 전지 위에 음식이 마련돼 있어서 바로 식사에 들어갈 수 있다. 메뉴는 보통 하나로 통일된다. “저녁이나 먹자”로 시작되지만 “저녁이나” 먹는 일은 거의 없다. 자리를 옮겨 2차, 3차로 이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회식 자리는 명확한 목적을 갖고 집행된다. 신입사원 환영회나 직원 환송회, 프로젝트 완수, 이해 기관 대접 등이 주요한 목적이다. 사람 만나는 것이 큰일인 기자들은 외부 기관이 마련한 회식 자리에 귀와 눈을 쫑긋 세우고 참여하게 마련. 최근 이런 기자들이 큰일을 해냈다. 강우석 감독이 회식 자리를 마련하여 기자들을 초대한 뒤에 이루어진 회식 자리가 대표적. 강 감독이 배우들의 높은 개런티 이야기를 꺼내자 기자가 “실명을 밝혀도 되느냐”고 묻고 이에 그렇다고 답하자 기자는 다음날 개런티 높은 배우로 송강호, 최민식의 실명을 거론하며 기사를 작성했다. 엿들은 회식 자리 이야기도 기삿거리가 된다. 중부서 경관이 회식 자리에서 자신이 최근 겪은 실수담을 털어놓았다. “얼마 전 김기덕 감독이라는 사람이 찾아와 신작에 쓸 총기를 허가해달라고 했다. 인터넷으로 얼굴을 확인하고서야 그가 진짜 영화감독이라는 걸 알았다.” 입성이 “수수해서” 그랬다는 것이다. 다음날 그 회식 자리에 참석하지도 않은 <경향신문> 기자가 “중부서 경관이 김기덕 감독 노숙자 취급”이라며 기사를 썼다. 경관은 “노숙자 취급”까지는 하지 않았다며 억울해했다. 여기서 잠깐, 팩트를 옮기는 과정에서 회식 자리에 참석한 기자와 <경향신문> 기자간에 회식 자리 회동이 있지 않았을까 짐작된다. 최근에는 회식 자리 기사에 유난히 강했던 한 <조선일보> 기자가 코리아나 호텔 앞에서 택시기사를 폭행해 경찰서까지 연행되는 일이 있었다. 기자들, 회식 쫓아다녀야 할지 피해다녀야 할지 난감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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