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경태/ 한겨레21 편집장k21@hani.co.kr
아이들이 졸라, <한겨레21>을 구독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젠 전화 목소리만 들어도 눈치를 챕니다. ‘연륜이 담긴’ 중년여성의 그것이라면, 대부분 그 사정을 짐작합니다. 자녀들을 위한 정기구독 신청이라는 겁니다. 과장해서 말하면, 대학입시 논술용 참고서를 사주는 셈입니다.
언제부터인가 <한겨레21>이 논술에 유익하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그 중심엔 전국 일선 중·고등학교의 선생님들이 자리합니다. “<한겨레21>을 꾸준히 읽으면 논리적인 사고력을 기를 수 있다”며 학생들에게 적극 추천해주셨기 때문입니다. 이러다 보니 <한겨레21>을 교재로 한 케이블TV 논술 프로그램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한겨레21> 자체적으로, 논술 시장을 겨냥한 칼럼과 이미지 광고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논술 공부하라고 잡지를 만들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논술 공부를 위해 일부 독자들이 잡지를 찾는 게 현실이 됐습니다. <한겨레21>도 사교육의 일부로 편입된 것일까요.
기자들에겐 ‘논술’이 생활입니다. 논술 주제를 잡기 위해 기획회의를 하고, 논술의 내용을 채우기 위해 취재와 자료조사를 합니다. 그리고 밤을 새워 논술 시험을 치르듯 기사를 씁니다. ‘논리적인 서술’에 대한 강박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만, 보람과 환희도 얻습니다. 시사주간지는 달리 보면 논술집입니다. 맹훈련의 경험을 무기 삼아, 기자직을 그만둔 이들은 논술 강사로 뛰어들기도 합니다. 이들에게 논술 시장의 팽창은 반갑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위기의 시대. 논술은 종이매체 기자들의 거대한 미래 시장으로 떠오를지 모릅니다.
요즘 논술을 놓고 말이 많습니다. 그냥 ‘논술’이 아니라 ‘통합교과형 논술’입니다. 서울대가 전 국민의 사고력과 창의력을 테스트하는 논술 주제를 발표했다고 보면 됩니다. “통합교과형 논술고사는 본고사가 아니다. 정말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이는 앞으로 서울대를 넘어 상당수 사립대의 것이 될 수 있기에 중요합니다. <한겨레21>은 이 논술시험에 참여했습니다. 학원 강사들과 교사, 학생들을 대거 참여시켜 함께 풀었습니다. 결론은 “본고사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표지이야기 본문을 보시면 그 근거들이 풍부합니다.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사교육이라고 봅니다. <한겨레21> 취재팀이 7월6일 찾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ㅈ학원에서는 ‘통합형 논술’ 도입 이후의 입시 전략을 놓고 초등학교 학부모들을 상대로 한 간담회가 열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명문대 입시에서 논술의 비중이 점점 커질 경우 초등학생들마저 고액 논술 과외에 더욱 심하게 노출될 수 있다는 걸 암시하는 대목입니다.
논술 바람을 타고 <한겨레21>이 좀더 많이 판매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 거짓말입니다. 하지만 혹시라도 “지금 따라잡지 않으면 영영 뒤처질지 모른다”고 두려워하는 초등학생 부모들까지 나서게 된다면 끔찍한 일입니다. 혹시 그분들까지 초등학생 논술 대비용으로 미리미리 <한겨레21>을 구독한다? 아~,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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