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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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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의 개똥

등록 2005-06-14 00:00 수정 2020-05-02 04:24

▣ 고경태/ 한겨레21 편집장k21@hani.co.kr


개똥녀는 비도덕적입니다.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애완견을 데리고 탈 때는 기저귀라도 채웠어야 합니다. 지하철에서 개똥을 깨끗이 치웠어야 합니다. 똥을 치우지 않은 그녀, 그리하여 인터넷에서 몰매를 맞은 그녀. 지금 이렇게 탄식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똥 밟았다.”

회사 비밀을 좀 이야기하자면, 한겨레에도 비도덕적인 이들이 많습니다. 제가 알기로 이곳의 중요한 공중도덕 중 하나는 ‘담배’에 관한 것입니다. 금연건물로 지정됐음에도 화장실에서 몰래 연기를 피우는 골초들이 적지 않은 현실입니다. 이를 묵과하지 못하고 회사 인트라넷에 비분강개의 글을 띄우는 이도 있습니다. 현장사진이라도 채증하여 고발하고픈 심정일지도 모릅니다. 당당하게 살려면 ‘도덕군자’가 돼야 하나 봅니다. 당신도 개똥녀·개똥남이 될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도 ‘개똥’이 있습니다. 저는 오프라인의 ‘개똥’과 온라인의 ‘개똥’이 막상막하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온라인상에 더 널려 있다고 봐야 옳습니다. 오프라인에서 공중도덕을 어기는 일은, 때로 용기가 필요합니다. 뻔뻔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얼굴이 두껍지 않아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보는 눈이 없기 때문입니다. 익명의 이름으로 자유게시판을 도배하는 무책임한 언어들. 그 ‘개똥’들은 잘 치워지지도 않습니다. ‘착한 할아버지’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저 개인적으로 체득한 교훈은, 인터넷에서는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라는 겁니다. 누가 뭐라든 막말을 하는 상대에게는, 웬만하면 대꾸하지 않습니다. 사납게 나오면 나올수록 침묵을 지킵니다. 한번 잘못 논쟁에 나섰다 휘말리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습니다. 저는 온라인상의 개똥이 더럽기도 하고 무섭기도 합니다. 그래서 무작정 슬슬 피합니다.

이번호 표지이야기는 큰 개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김우중 회장은 지난 1999년, 한국 경제시장의 공중도덕을 어기고 해외로 떠났습니다. 분식회계 42조원, 불법대출 10조원 등이 그 더러운 배설물로 일컬어집니다. 그는 지하철을 모조리 채울 정도의 어마어마한 개똥 같은 빚을 남겨놓고 대책 없이 자리를 피했습니다. 결국, 함께 있던 국민들의 돈으로 그걸 갚아줬다고 합니다. 이제 그가 돌아옵니다. <한겨레21>은 ‘웰컴 김우중’이라는 표지 제목을 달았습니다. 그의 귀국 자체를 환영하는 건지, 그의 구치소 입방을 환영하는 건지는 독자들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한겨레21>과 만난 ‘영원한 대우맨’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김우중의 개똥’이 아닌 ‘김대중의 개똥’이라는 주장을 폅니다. 김우중 회장은 ‘개똥녀’같은 마녀사냥의 피해자라는 항변입니다. 독자 여러분, 김우중은 정말 ‘개똥녀’처럼 지나치게 당하는 겁니까? 검찰을 지켜볼 일입니다. 개똥의 주인공에게 어떤 대가가 주어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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