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민규/ 소설가
요령은 다음과 같다. 우선 왼발(어느 발이라도 상관은 없다)에 체중을 싣는다, 그리고 뒷꿈치를 든다. 이때 체중은 엄지발가락과 그 아래 뼈(그러니까 의학용어로 족지골 - Phalanges이란다. 미, 미안하다)에 집중이 된다. 그 상태에서 오른발을 뒤로 민다. 핵심은 발을 민다기보다는 무릎의 뒤쪽, 즉 오금을 민다는 느낌을 가지는 것이다. 상상력이 받쳐준다면, 오금에 낚싯줄을 건 누군가가 순간 줄을 당긴다 상상해도 좋을 것이다. 충분히 발을 밀었으면 이제 체중을 오른발로 옮길 차례이다. 순식간에, 그리고 위의 절차를 반복하면 스텝은 완성된다. 그것이 문워크(moonwalk)다.
왜 당신은 무빙워크만 하는가
나는 문워크의 달인이었다, 라고 쓴다면 아마 당신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지기 싫어하는 성격은 여전하군, 반가워). 그럼 고쳐서 우리는 문워크의 달인이었다, 라고 쓴다면 우리는 함께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이다. 그랬다. 그 시절엔 누구나 문워크를 할 수 있었다. 교실에서 복도에서, 독서실의 옥상과 골목길에서, 거리에서, 우리는 누구나 문워크를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집이 시골인 친구 중엔 논두렁에서 문워크를 연습했다는 친구도 있었다). 어쨌거나, 그러니까 말하자면 - 빌리진 이즈 낫 마이 러버.
세상이 왜 이 모양 이 꼴이 된 거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과감히 이런 대답을 할 것이다. 문워크를 하던 소년들이, 모두 무빙워크만 타고 있기 때문이라고. 철컥, 일렬 종대의 길고 긴 고리에서 내 몫의 카트를 분리하며 나는 생각한다. 늦은 밤, 할인점은 넓고 살 것은 많다. 장자의 낮잠 한토막처럼 - 내가 이 카트를 밀고 가는 것인가, 이 카트가 나를 끌고 가는 것인가. 체중을 옮길 필요가 전~혀 없는 무빙워크 위에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멀고 먼 달은 보이지도 않는다. 내가 언제, 달 위를 걸은 적이 있었던가?
부장이 된 내 친구는 요즘 자꾸 배가 나와 걱정이다. 헬스를 끊은 녀석은 매일 러닝머신에 올라가 땀을 흘린다고 자랑인데(그건 분명 자랑이라고 봐), 같이 헬스를 하는 건 아니지만 종종 함께 쇼핑을 하는 편이라(부부 동반으로! 여보 나 이거 진짜 피곤해)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이것은 대체 어떤 삶일까? 덜 덜 덜 앞장선 친구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나는 생각한다. 러닝머신과 무빙워크 사이에 우리의 삶이 있다. 우리는 왜 - 걸어야 할 곳에서 걷지 않거나, 걸어야 할 곳에서 뛰어야만 할까(자발적으로, 무엇보다 자발적으로).
문워크와 소년들의 이데아
돌이켜보건대 이데아란, 즉 말하자면 혁명은 문워크와 같은 것이었다. 욕심이란 중력은 여전히 작용하지만, 마치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듯 걷고, 미끄러지고, 꿈꾸는 것이었다. 그게 뭐예요? 아내가 물었다. 문워크… 기억 안 나? 그날 밤 간만에(이십년 만이다, 이 사람아) 나는 거울을 보며 문워크를 해보았다. 문워크는 잘,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은 편이었다. 뭐예요 그게? 라고 되묻는 아내에게 나는 바닥이 안 좋아, 라고 답해주었다. 쌔근쌔근 아들은 자고 있었다. 러닝머신에서 뛰거나 역시나 무빙워크를 타게 될 아들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나는 달의 표면을 걷고자 했던 소년들의 이데아와 노력을 떠올렸다.
친구여, 오늘은 잠시 사무를 접고 한번쯤 일어나 문워크를 해보는 건 어떨까. 부장님 뭐하세요? 응, 이건 문워크야. 그것은 분명 우리가 알고 있는 스텝이다. 바닥이 안 좋아, 이 바닥을 떠야겠어 라는 말보다는, 그래도 이 땅에서 내딛는 한 발짝의 문워크가 절실할 때다. 다시 한번 음악을 떠올리며, 말 그대로 글쎄 ‘빌리진’은 우리의 연인이 아니므로.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추경호 징역 20년 구형에…대구 시민사회 “내란 진실 밝히고 법적 책임 져야”
![[단독 인터뷰] ‘암살자(들)’ 감독 “박정희 대통령 배후 전제하고 만든 영화 아니다” [단독 인터뷰] ‘암살자(들)’ 감독 “박정희 대통령 배후 전제하고 만든 영화 아니다”](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930/53_17907657801455_20260930503781.jpg)
[단독 인터뷰] ‘암살자(들)’ 감독 “박정희 대통령 배후 전제하고 만든 영화 아니다”

유해진 ‘햄버거 광고’ 댓글 창까지 닫혀…영화 ‘암살자(들)’ 논란 어디까지

이 대통령, 김지용 재차 옹호 “검찰 출신 못 쓰게 하면 중수청 망치자는 얘기”

이 대통령, 김지용 ‘친윤’ 논란에 “반윤 확인…추미애 장관 때 검사장 발탁”
![[속보] 트럼프, ‘알래스카 LNG 개발사업’ 한국 투자 일방 발표 [속보] 트럼프, ‘알래스카 LNG 개발사업’ 한국 투자 일방 발표](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1001/53_17908043282031_20261001500163.jpg)
[속보] 트럼프, ‘알래스카 LNG 개발사업’ 한국 투자 일방 발표

명태균 “‘오 시장 몰라요’ 녹취는 단일화 내용”…오세훈 2심 증거 왜곡 주장

네타냐후 “이스라엘행 여객기 조종사 동료 찔러 추락 시도”…‘지하디스트 테러’ 규정

남은 GPS, 북은 러 위성항법 써…군사분계선 기준 달라 딴말

“난 기어갈 테니 대대장부터”…지뢰 사고 보디캠에 저장된 ‘전우애’, 국회 울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