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인터넷 스타] '장마' 의 분필

등록 2005-05-25 00:00 수정 2020-05-03 04:24

▣ 김순배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marcos@hani.co.kr

감성과 이성. 지난주 인터넷에서 이 둘은 심하게 흔들렸다.
소피 마르소가 레드카펫 위에서 살짝 흘려 보인 젖가슴, 홍준표 의원의 국적 포기자 ‘정벌’.
칸영화제에서 소피 마르소의 어깨끈이 흘러내려 젖가슴이 드러나는 동영상도, 홍준표 의원의 “법무장관 고발” 경고도 되풀이됐다. 누리꾼은 흥분했다. 흥분한 이들은 낄낄대고 조잘조잘 떠들어댔다. 하지만 분필 조각은 흥분을 넘어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감탄한 이들은 입을 딱 벌렸다.
네이버 블로거 ‘장마’가 분필로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개선문’을 조각한 것. 딱 성냥갑만 하다. ‘장마’가 지난해 12월에 완성했지만, 최근 ‘도깨비뉴스’로 전해지면서 인터넷에 알려졌다. “걍 취미로 만들어보기 시작한 건데 시간이 무지 오래 걸렸네여~~ㅜㅜ;;”라는 게 ‘장마’의 말이다.

[%%IMAGE1%%]

어느 날 TV를 보다가 분필로 조각을 하는 것을 본 게 분필 조각을 만든 계기다. ‘장마’ 자신이 예전부터 멋지게 생각했던 건축물인 콘스탄티누스의 개선문을 조각 대상으로 도전에 나섰다. ‘장마’는 네이버 블로그에 분필 조각의 제작도면, 단계별 제작과정 등도 함께 올려놨다. 이 때문에 인터넷에서 자주 받는 “에이~ 합성이잖아”라는 의심도 전혀 뒤따르지 않는다. ‘장마’는 조형제작실을 갖고 있고, 뮤지컬에 나오는 미니 자동차 등도 만든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누리꾼들은 29살 마이크로 조각가의 손놀림에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열심히 자신의 블로그에 퍼날랐다. “우리나라 사람 손재주는 놀랍기만 하다.” “와와와와와~! 대단해요~!” “존경스러울 뿐이삼!!” “저주셈~~ㅋㅋ.”
하지만 ‘장마’는 “조각할 때 너무 만지작만지작하다 보니 각이 많이 죽었네? ㅜㅜ”라며 “분필은 부러지기 쉬운데 생각보다 작업이 어렵진 않다”고 소감을 전했다.
열린 인터넷은 감성과 이성을 파묻고, 또 익명의 스타를 띄운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