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부시와 김정일, 두분께서 ‘간만에’ 맞는 말씀을 하셨다. 부시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폭군”이라고 ‘야렸고’, 북한 외무성은 “부시는 불망나니”라고 맞받아쳤다. 서로 정말 기분 나빴나 보다. 아니 기분 나쁠 수밖에. 진짜 ‘호래자식’ 보고 ‘호래자식’이라고 하면 기분 몹시 나쁜 법이다. 이런 관점에서 두분의 “폭군”과 “불망나니”는 매우 적확한 표현이었다. 그런데 진짜 열받을 사람들은 두분이 아니라 가련한 7천만 인민이다. 남북 인민이야말로 자신의 운명을 폭군의 학정과 불망나니의 불장난에 내맡겨야 하는 가여운 처지 아니던가? 남북평화를 해칠세라 폭군을 폭군이라 부르지 못하고, 한-미 동맹을 고려한답시고 불망나니를 불망나니라 부르지 못하는 딱한 처지 아니던가? 그리하여 남한 인민의 운명은 호부호형조차 하지 못하는 홍길동의 비극을 닮았다. 폭군이 핵폭탄으로 사고치기 전에, 불망나니가 한반도를 불바다로 만들기 전에, 인민들이여 차라리 율도국으로 떠나자.
하극상의 계절이 돌아왔다. 만물이 움트는 봄날, 불만도 솟구치고 있다. 전국의 평검사들이 다시 일떠섰고, 전국의 고1들이 촛불을 들었다. 하극상은 같지만 슬로건은 다르다. 4·19 세대의 후예인 고1들은 “못살겠다 갈아보자”고 호소한다면, 이승만의 후예인 평검사들은 “갈아봤자 그놈이 그놈이다”라고 외친다. 고1들이 지키고자 한 것은 친구들의 목숨이고, 평검사들이 지키고자 한 것은 자신들의 기득권이다. 교육부의 윗분들은 고딩들의 문자질에 징계의 몽둥이질로 응대할 태세다. 법무부의 윗분들은 평검사의 회의에 점잖게 자제를 요청했다. 힘있는 분들에게는 자제를, 힘없는 것들에게는 몽둥이를, 아직도 변하지 않는 세상의 원리다. 마오 선생의 저주받은 예언은 오늘도 지켜진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
고대가 고대로 돌아갔다. 이건희 회장의 명예박사학위 수여식을 물리력으로 방해한 고대생들의 고대스러운 행동에 책임을 지고, 부총장 이하 보직교수 전원이 보직을 사퇴했다. 현대의 연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고대에나 일어났을 법한 고대스러운 사건이다. 고대하던 400억원을 받아들고 고대하던 회장님을 모셨는데 오죽 마음이 아팠겠는가? 결국 고대는 회장님의 입장을 고려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회장님도 ‘만족 고대’에 만족하셨다. 너그러이 학생들의 열정을 이해한다는 담화를 발표하시었다.
김기덕 감독이 한국 영화계를 향해서 <활>을 쏘았다. 그의 신작 <활>은 시사회도, 인터뷰도 없이 개봉한다. 아예 한국 개봉을 하지 않을까 생각도 했단다. 그는 베니스와 베를린 영화제에서 잇따라 감독상을 받았지만, <빈 집>은 빈 극장에서 상영됐고, <사마리아>는 “사악한 말이야”라는 비평을 들었던 탓이다. 그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내내 스스로를 한국 영화계의 <섬>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첫주 극장 두곳에서만 개봉하는 김기덕의 결단은 <악어>의 눈물일까, <나쁜 남자>의 속임수일까, <실제상황>의 진심일까? 그가 쏜 <활>은 <수취인 불명>으로 <야생동물 보호구역>에 떨어져버릴까, 극장의 <파란 대문>을 맞추고 활활 타오를까? 어쨌든 <활>은 이미 시위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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