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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세상] 딱 걸렸네!

등록 2005-02-24 00:00 수정 2020-05-03 04:24

▣ 김미영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kimmy@hani.co.kr

‘폭로 전문가’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의 위력(?)은 대단했다. 한국방송 시사프로그램 <추적 60분>에서 ‘정형근 고문 논란, 누가 거짓을 말하나’가 방송되던 지난 2월16일 밤 정 의원이 40대 유부녀와 호텔방에 있었다는 17일 ‘정형근 의원 40대 여자와 호텔방 소동’ YTN 기사는 이야깃거리를 찾아헤매던 누리꾼들의 표적이 됐다.
‘여자’ ‘호텔’…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호기심은 제쳐두고라도 정 의원이 누구인가. 고문기술자로 지목되고, 면책특권을 이용해 각종 낭설을 유포하던 장본인 아닌가. “묵주를 전달받기 위한 것”이라는 정 의원의 해명에도 정 의원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사생활은 보호받아야 하고 정 의원의 인권도 소중하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타인을 향해 ‘잔인한 공격’을 퍼붓던 정 의원이 거꾸로 무차별 공격을 받는 상황 앞에서 네티즌들은 기쁨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각 포털 사이트와 언론사 사이트, 정형근 의원 홈페이지 등에는 누리꾼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이런 추세라면 가수 문희준 기사에 대한 30만개의 댓글 기록 경신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왔다. “바람 피우다 제대로 걸렸네”(네이버 ‘gogo4779’), “간첩으로 의심되는 40대 유부녀를 호텔에서 성고문하던 중이었다”(네이버 ‘yhcman’), “정말 대단하다. 고문 의혹에 불륜 가능성까지 골고루”(네이버 ‘wintertree91’) 등 누리꾼들의 반응은 ‘업보’ ‘고소하다’ 등으로 모아졌다.
“‘강금실 전 법무장관과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이 호텔 커피숍에서 만났다. 불륜 의혹이 있다’고 논평한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의 논평을 생각나게 하는 사건”(<인터넷 한겨레> ‘가는이’)이라는 누리꾼도 있었다.
정 의원의 ‘묵주 해명’이 나왔음에도 누리꾼들의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과연 단순히 물건을 받으려고? 그 내용을 이런 상황에서 믿으라고? 말이 되는 소리인가? 정 의원은 많고 많은 장소를 두고, 물건도 호텔에서 주고받나?”(<인터넷 한겨레> ‘수 2000’) 등 반응은 오히려 냉담했다.
“단지 묵주로 바꿨을 뿐인데” “박홍 서강대 총장, ‘정치권 배후에 묵주의 세력 있다’ 주장” “마누라: 아버님한테 묵주 알 넣어드려야겠어요” 등 광고나 기사 제목 형식의 패러디 댓글이 그 자리를 대신하기도 했다.
언론의 무분별한 사생활 들추기에 대한 지적도 적지 않았다.
“아무리 미워도 언론이 이런 식으로 개인을 표적, 파탄 내는 일은 잘못된 것이다. 명예훼손이자 비열한 인권유린의 표본이다.”(YTN 게시판 ‘kmckmc’) “오해받을 일을 한 것은 맞지만,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부도덕으로 몰아가는 방송 태도는 문제다.”(다음 ‘대한민국’)
어쨌든 이번 사건은 공인의 사생활은 어디까지 보호받아야 하나를 생각하게 하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또 이번 사건은 언론의 보도윤리에 관한 해묵은 과제도 다시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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