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록/ 한겨레21 편집장 peace@hani.co.kr
요 며칠 동안은 어른임이 부끄러워 아이들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어른들이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고3 학생들이 수능시험을 치르면서 휴대전화를 사용해 조직적으로 부정을 저지르고 대리시험까지 치른 것으로 드러난 뒤 “학교 교육이 땅에 떨어졌다”며 분통을 터뜨린 것이 엊그제 일이 아니던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우리 어른들은 누적돼온 세대 갈등을 화풀이라도 하듯 “요즘 청소년들이 버릇없고 빗나갈 대로 빗나가 결국 사고를 친 것”이라며 울분을 토하는 척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은 지금, 청소년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한 사립학교의 교사가 특정 학생의 답안지를 대필해준 사건이 발생했다. 그 학생이 검사의 아들이고 학생 부모로부터 개인적인 소송과 관련해 도움을 받은 데 대한 답례로 답안지를 10여 차례 대필해주었다고 하니 전대미문의 사건일 것이다. 교사는 그 학생의 주민등록까지 위장 전입시켜 자신의 학교에 입학시킨 뒤 학급 담임까지 맡았다고 하니 참으로 점입가경이다. 빗나간 제자 사랑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제자를 매개로 빗나간 교사가 사리사욕을 채운 것인지 명명백백하게 가려져야 할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사례가 또 발생해 학부모와 학생 모두를 경악케 했다. 인천의 한 고교가 기말고사 도중 시험을 망친 학생에게 답안지를 다시 작성할 수 있도록 배려함으로써 내신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서울 시내 5개 학교 중 한 곳이 내신 부풀리기를 해온 것으로 드러난 마당에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으나, 학교쪽이 조직적으로 특정 학생에게 노골적인 특혜를 주었다면 이 또한 간과할 일은 아닌 듯싶다.
대학도 가만 있지 않았다. 서울의 한 유명대학 교수가 입학처장으로 있으면서 수시전형에 자녀를 부정 입학시킨 의혹을 받게 되자, 교사 답안지 대필 사건 등 연이어 터진 고교 비리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되고 말았다. 부모 ‘빽’만 있으면 고교에서는 담임교사가 내신 성적을 챙겨주고, 대학은 거저 들어갈 수 있다고 여기는 ‘빽’ 없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울분과 상대적 박탈감은 어느 정도일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말 없는 우리 아이들은 이 일련의 사건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지 두려운 생각마저 든다. 휴대전화 수능 부정 사건이 터졌을 때, 이에 가담한 한 고3 학생은 울먹이며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좋은 대학에 가고 싶었다”고 범행 동기를 밝혔고, 일반 고3 학생들도 “그런 방법이 있는 줄 알았으면 가담 유혹을 느끼기에 충분하다”며 입시에 대한 중압감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그런 우리 청소년들 곁에 특정 학생 답안지를 대필해주고 답안지를 고쳐쓰도록 특혜를 주는 교사와 학교 당국이 존재하는 한, 과연 휴대전화 부정시험에 가담한 학생들에게만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일까. 부끄럽지 않은 어른들이 되려면 이번 교육계 비리 사건을 계기로 수능 부정으로 구속되거나 사법 처리를 앞두고 있는 학생들에게 최대한 관용을 베풀어야 할 것이다.
기자로 첫발을 내디뎌 교육현장과 교육행정을 비판하는 기사를 쓸 때면 자주 인용하곤 했던 말이 ‘교육 백년대계(百年大計)’였다. ‘먼 뒷날까지 걸친 큰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뜻으로 교육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벌써 20년이 지났건만 별로 나아진 것이 없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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