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통일을 앞당기는 ‘냄비들’이 감격스럽다.개성공단에서 생산된 냄비들이 서울의 백화점 매장에서 잠시나마 남한의 냄비들을 압도하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이상한 반응을 보이는 마초들이 있다. ‘냄비’의 어감 때문이다. 몇년 전, 대한민국인 누구나 그 연기력을 칭찬하는 한 남성 연기자를 사석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여배우들에 대해 언급할 때마다 저속한 표현을 남발했다. “냄비들이 그렇지 뭐….” 언제부턴가 ‘냄비’는 여성들을 깎아내리는 은어가 됐다. ‘냄비집’은 더하다. 진짜 냄비를 파는 가게가 아니다. 여성의 성을 사고파는 곳이란 호칭으로 은밀하게 약속돼 있다. 이건 냄비보다 여성을 더 욕되게 한다. 정반대로 인간보다 냄비를 더 욕되게 하는 경우도 있다.
누워서 침을 뱉어보겠다. 우리나라 언론사는 ‘냄비집’이다. 기자들은 ‘냄비’일 가능성이 높다. 다른 뜻에서다. 금방 달아올랐다가 식는 냄비의 특질. 사건 하나에 세상이 뒤집어질 듯 침을 튀기다가 어느 순간 입을 딱 씻는 한국 언론의 특기. 그래서 우리나라 언론은 툭하면 ‘냄비 근성을 가졌다’고 손가락질당한다. 병 주고 약 주는 이야기지만, 이럴 때마다 ‘냄비’에 동정심을 느낀다. 에서 마동팔 검사는 “죄가 무슨 죄가 있냐”고 일갈했다. 마찬가지로 인간들의 나쁜 근성을 왜 ‘냄비 근성’으로 싸잡아 호도하는가. 라면은 역시 양은냄비에 끓여야 제맛이다. 그럼에도 ‘뚝배기’와 비교당하면서 나쁜 이미지로만 희화된다. ‘넘버3’도 아니고 ‘엠피3’도 아닌, ‘냄비3’라는 영화라도 만들어 냄비에게 힘을 주고 싶다. 냄비를 위하여 ‘자선냄비’를 설치하자. 날아라 라면냄비! 달아올라라 개성냄비!!
접대와 대접의 차이는 무엇일까.한가지만 말하라면 ‘접대’엔 술과 음식을 포함한 제3의 유흥이 뒤따르기도 한다는 점이다. ‘접대부’는 그렇게 하여 제3자로 등장한다.
의 한 남성 기자가 자신의 블로그에서 한국방송 여성 아나운서를 ‘접대부’에 비교했다가 꼴통 기자 ‘대접’을 받고 있다. 네티즌들은 그 아나운서를 동정하며 힘내라 응원한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이번 사태로 ‘접대부’들은 그 아나운서보다 백배, 천배로 모욕을 당했다. 이유 없이 돌을 맞은 개구리 신세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접대부들에게 사과하라”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멍청한 눈빛에 얼굴에 화장이나 진하게 한’ 게 한심하다면 유흥업소를 돌며 신문구독이라도 권해야 하지 않았을까. 를 읽으며 교양이나 쌓으라고 말이다(뭐? 더 멍청해진다고?). 그는 사과문을 통해 다음엔 자신이 ‘접대부’로 나서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KBS 아나운서 실장께 추후 제가 술 한잔 권해드리려 한다”며. 기자님, 아나운서 실장한테는 안 해도 됩니다. ‘접때’ 일을 잊어달라고 접대부들을 ‘접대’하세요.
최진실의 운명은 어찌 될 것인가.‘허즈번드’(husband)는 멍자국만 남기고 떠났다. 건설회사는 그녀를 새로운 소송드라마의 ‘모델’로 기용했다. 강지원 변호사는 그녀의 상처를 싸안아줄 ‘허즈밴드’(hersband)로 떴다. 일부 네티즌들은 그녀의 소송비용을 대겠다며 ‘허즈펀드’(hersFund)를 자처하고 나섰다. 진실 곁에 착 달라붙어 살아줄 ‘허즈뽄드’(hersbond) 찾는 일만 남은 것일까. 연말을 맞아 가장의 한 사람으로서 1년의 가정사를 돌아본다. 당신이 허즈번드라면 함께 생각해보자. 그대는 올 한해 허즈밴드였는가, 허즈펀드였는가, 허즈뽄드였는가. 빠빠이, 이 천사여(2004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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