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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공간] 파장 맞은 야구장

등록 2004-09-17 00:00 수정 2020-05-03 04:23

▣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스포츠 구기종목 중 추위에 가장 약한 것이 야구다. 투수가 변화구를 던지기 위해서는 정교한 손 감각이 필수적인데, 날씨가 추우면 손이 곱아서 공을 제대로 던질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돔구장이라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천문학적 건설비용 때문에 그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따라서 서리가 내릴 무렵이면 야구장은 대체로 파장 분위기다.

하지만 프로야구는 요즘 때이른 파장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경찰의 대대적인 병역비리 수사에 선수들이 대거 걸려들면서 야구장 관중이 눈에 띄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소변검사를 조작하는 수법을 이용해 병역을 면제받은 선수만 100명이 넘게 적발됐는데, 이 수치는 8개 구단 전체 선수의 20%에 해당된다. 특히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산과 LG, 삼성, SK 등은 주전급 선수들이 상당수 포함돼 전력에 큰 손실이 예상된다.

병역 문제에 엄격한 사회적 분위기 탓인지 팬들의 반응은 차갑다. 순위 다툼이 치열한 정규리그 종반전은 관중이 더 많기 마련인데, 병역 비리가 불거진 이후 관중은 줄고 있다. 토요일이던 지난 9월4일은 1만9940명, 일요일인 5일은 1만9281명이었고 평일인 8, 9일은 각각 8176명과 6313명이었다. 10일까지 프로야구 평균 관중은 4611명이었다. 이는 출범 뒤 평균 최소 관중을 기록한 2002년(4501명)보다 불과 100여명 많은 수치다. 이런 추세라면 최소 관중 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이 높다. 그야말로 프로야구의 위기다.

프로야구의 위기는 이미 예견됐었다는 게 야구계의 중론이다. 새로운 스타 부재와 구태의연한 경기운영, 그리고 팬서비스 실종…. 여기에 아테네올림픽 출전 실패 등 선수들의 근성까지 크게 떨어지면서 프로야구는 이제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선배들은 군대도 갔다오고 연봉도 지금보다 적었지만, 매일 밤 코피를 흘려가며 명승부를 펼쳤다.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프로의식이 필요하다.” 한 야구계 원로의 쓴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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