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font color="red" size="4">당신이 남자라면, 화장실에서는</font> ‘진보’적이어야 한다. 뒷걸음치기보다는 한보 앞으로 가야 한다는 거다. 몇해 전 방콕의 한 식당 화장실에서 웃기는 문구를 본 적이 있다. 소변기 바로 위에 그려진 만화 캐릭터의 ‘담화문’이었다. “당신이 나를 향해 한 발짝만 더 가까이 와서 일을 봐준다면, 나는 당신의 것을 보았다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으리라.” 요즘 서울의 공중화장실 소변기 위에서도 비슷한 글을 발견할 수 있다. “남자가 흘리는 게 눈물뿐이랴.” 간단히 말해, 바닥에 오줌 흘리지 말라는 얘기다. 그러나 오줌 잘못 흘려 눈물 흘리는 남성들이 있으니….
산신령이 요강을 들고 프로야구장 ‘덕아웃’에 나타나 선수들에게 묻는다. “이 변이 니 변이냐, 요 변이 니 변이냐.” 병역면제를 갈망하는 이들은 이렇게 대답할지도 모른다. “네, 저희들의 변은 가장 변변치 않은 변이옵니다.” 산신령은 따끔하게 충고할 것이다. “어허, 변을 갖고 장난치다가는 변을 당하리라.” 소변 조작을 통한 병역면제 판정으로 프로야구 선수들의 ‘덕’(德)이 ‘아웃’당하고 있다. ‘신장질환자’로 꾸미기 위해 소변에 특수한 약물을 탔다고 한다. ‘신장’의 기능이 악화되면 피를 갈아주는 ‘투석’을 하게 되는데…… 지금 그들은 병역의 의무를 사랑하는 ‘애국자’들로부터 ‘투석’을 당한다. 돌 맞는다고요!!
<font color="red" size="4">‘소변 조작’이 부러웠을 꼬마들이 있다.</font> 그들에겐 ‘소변’을 ‘식수’로 걸러줄 정수기가 간절히 필요했다. 체첸 독립군의 인질극이 벌어졌던 러시아 북오세티야 베슬란의 한 초등학교. 4일 동안 감금됐던 어린이들이 목이 말라 ‘소변’으로 목을 축였다는 비극적인 이야기다. 아이들의 안전은 고려하지 않고 무차별 진압을 감행한 러시아군의 작전은 ‘언 발에 오줌누기’였다. 곤드레만드레 술 마시고 자다가 냉장고의 환한 불빛을 화장실로 오인해 오줌을 갈겼다는 취객의 해프닝처럼,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러시아’는 지금 테러의 ‘러시아워’다. 체첸반군에 동정적이던 이들도, 이번 사건에선 그 동정의 딱지를 뗐다. ‘짜르’ 왕정을 무너뜨린 전통답게, 러시아 국민들은 체첸반군의 싹을 왕창 ‘짜르’자고 흥분할 것인가. 푸틴은 박수를 칠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남성 화장실에 적힌 문구처럼 말할 것만 같다. “체첸이 흘리는 게 눈물뿐이랴.” 오줌? 노! 오~일!!(석유를 펑펑 흘려 독립 절대 불가!)
<font color="red" size="4">쉬와 응가를 구별하지 못하는 어린이가 있었다.</font> 끝까지 냄새나는 이야기를 해 미안하지만, 시작한 김에 뽕을 빼겠다. 나의 4살 난 딸은 1년 전까지 두 가지를 혼동해 속을 썩였다. 쉬한 뒤 응가했다 하고, 응가한 뒤 쉬했다 하고…. 똥 오줌 못 가리는 경우가 이런 거구나, 그때 처음 실감했다. 최근 헌법재판소에 이은 대법원의 ‘국가보안법’ 관련 판결을 보며, 철없는 내 딸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시간이 흘렀으면 기저귀는 한참 옛날에 뗐을 텐데, 최소한의 분별력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 대법원은 “북한은 변함없이 반국가단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 논리에 따르면 김정일 위원장은 ‘단체장’이다. 기초자치단체장이란 말인가, 광역자치단체장이란 말인가. 아니면 ‘조기축구회’ 같은 동네 동호인 단체장이란 말인가. ‘반국가’라면 반(半)만 국가고 반은 단체라는 말인가. ‘대소변’ 구별 못하고 ‘민변’한테 손가락질 받는 대법원 판사 여러분, 응가하지 말고 제발 쉬~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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