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국내에서 헌법재판소가 주목을 끌었다면, 나라 밖에서는 스포츠계의 헌법재판소인 ‘스포츠중재재판소’가 관심의 대상이다.

지난 8월19일 아테네 올림픽 남자체조 개인종합 경기에서 일어난 양태영 선수의 심판 오심 사건은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심하게 긁어버린 사건이었다. 심판이 채점을 잘못해 어이없이 금메달을 놓쳐버린데다, ‘하필이면’ 금메달을 ‘가로챈’ 상대가 미국이었기 때문이다. 2002년 오노 사건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심판 징계와 국제체조연맹의 금메달 양보 권고가 이어졌지만 미국 금메달리스트 폴 햄이 메달을 양보할 뜻이 없음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결국 공은 스포츠중재재판소로 넘어갔다. 한국 선수단은 지난 8월28일 스포츠중재재판소에 정정을 요구하는 소청서를 정식으로 제출했다.
스위스 로잔에 자리한 스포츠중재재판소는 스포츠 관련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1983년 설립된 기구다. 31개 국제스포츠단체가 승인한 명실상부한 심판기구로, 소청 사건이 들어오면 24시간 안에 결정을 내린다. 또 한번 결정하면 다시 심리하지 않는다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
사실 스포츠중재재판소와 한국의 ‘인연’이 이번에 처음 맺어진 것은 아니다. 한국은 2년 전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 때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실격당한 김동성 사건을 소청했다가, 소청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기각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국제체조연맹이 심판의 실수를 인정하고 해당 심판을 징계까지 한 상황이어서, 한국쪽에 유리한 결정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마라톤 경기 도중, 브라질의 리마 선수가 경기를 방해받은 사건과 관련해 브라질 선수단은 스포츠중재재판소에 소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스포츠중재재판소에 짐이 하나 더 얹어진 셈이다.
올림픽은 끝났지만, 스포츠 법정에서는 다른 차원의 ‘올림픽’이 준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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