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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공간] 그곳에 가면 살떨린다

등록 2004-08-13 00:00 수정 2020-05-03 04:23

▣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고유가가 주유소 풍경을 바꾸고 있다. 1ℓ당 1430원을 웃도는 고유가 행진이 계속되자 단돈 100원이라도 아끼려는 ‘알뜰 주유’ 아이디어가 운전자들 사이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지난 8월8일 서울 개포동의 한 주유소. 휴일 오후인데도 주유소 앞마당은 기름을 넣으려는 차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 주유소는 한달 전 에너지시민연대가 발표한 ‘서울시내 금주의 최저가 주유소’ 중의 하나로 선정됐다. 이 주유소의 1ℓ당 휘발유 가격은 1400원대. 인근의 다른 주유소가 1450원대임을 감안하면 ℓ당 50원가량 더 싼 것이다. 이 사실이 운전자들의 ‘입’과 인터넷을 통해 소문이 나면서 인근 지역의 운전자들까지 몰리고 있다. 이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아무개(19)군은 “지역 주민들은 물론이고 이 부근을 지나가다 일부러 찾아오는 운전자도 있다”며 “주말 밤에는 밀려드는 주유 차량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라고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운전자가 직접 주유하는 ‘셀프 주유소’도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셀프 주유소는 1990년대 후반 국내에 처음 소개됐을 때만 해도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국내 운전자들이 좀처럼 운전석에서 일어나지 않으려고 할 뿐 아니라, 손에 기름을 묻히기 싫어하는 등 독특한 성향 탓에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올 들어 유가가 계속 오르자 셀프 주유소 이용이 부쩍 늘었다. 셀프 주유는 ℓ당 50원을 깎아주는데, 여기에 할인 신용카드로 할인 혜택까지 받으면 최고 ℓ당 100원까지 기름값을 절약할 수 있다. 에너지 시민연대 박성문 간사는 “운전할 때 에어컨 사용을 가급적 줄이고, 공회전을 하지 않는 것도 기름값을 절약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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