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이상한 ‘성적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성적 능력’을 반드시 ‘성적’으로 평가받으려는 일부 남성들이다. 그들은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구제적인 잠자리 점수를 요구하면서 배우자를 피곤하게 한다. 낯뜨겁지만 이런 식이다. “자기야 오늘밤 어땠어? 몇점?” ‘채점’을 거부하는데도 끝까지 ‘채근’하는 통에 “에이 뿔따구나네”라고 짜증을 냈는데, 그걸 “A뿔다구(+)”로 착각하고 히히덕거렸다는 어느 부부의 전설도 있다. 아무튼 요즘 이런 이들이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당선자의 영향을 받아 ‘수우미양가’로 평가 방식을 바꾸자고 보챌지도 모르겠다. “수- 수상해, 선수야 선수. 우- 우와! 괜찮은걸. 미- 미안하고 싶지? 양- 양에 안 찬다 안 차. 가- 가당치도 않으니 오히려 가엾다.”
어린 시절의 학력평가 방식이었던 ‘수우미양가’는 원래 다 좋은 말이다. “수(秀)- 빼어남. 우(優)-우수함. 미(美)- 아름다움. 양(良)- 양호함. 가(可)- 가능성 있음.” 하지만 말이 그렇지, 그걸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없다. ‘양가’만 받는 여자아이들은 미래에 결코 ‘양가집 규수’가 될 수 없다는 딱지를 받는 걸까? ‘가’는 어린 나이에 부모님 일이나 도우라는 비아냥처럼 들린다. “가, 가방 싸서 집에 가!” ‘미’는 미디엄(medium)의 ‘미’처럼 보인다. 평생 구워봤자 ‘평균적 인생’일 거라는. 과연 이걸 다시 초등학교에 부활해야 하는가. ‘싹수’에 점수를 매기자는 일은, 그러나 ‘싹수’가 노랗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가’보다 백배는 나쁜 평가………불가!!
당신은 유신론자인가 무신론자인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유신론자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교회나 성당, 이슬람 사원을 다니지 않는 걸로 봐서는 그렇다. 유물론자란 말인가? 아니올시다. 사실 그녀는 ‘유신론자’ 소리를 듣는다. 노무현 대통령에 따르면, ‘유신’의 반대말은 ‘무신’이 아니라 ‘미래’라고 한다. 그는 “유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의 노래를 부르던 70년대가 “사람 팔짝 뛰게 만들던 시대”라고 새삼 상기시킨다.
이렇게 된 데는 박 대표가 노 대통령의 ‘행동발달사항’을 물은 게 화근이 됐다. 옛날 초등학교 성적표에는 ‘수우미양가’만 있었던 게 아니다. ‘가나다’로 매기던 ‘행동발달사항’을 기억하시리라. 여기선 ‘가’가 최고점수였다. 박 대표는 ‘협동성’이나 ‘성실성’이 아닌…… ‘정체성’의 점수를 밝히라고 얼굴을 붉혔던 거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전국 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 통지문에 어린이들의 ‘정체성’ 항목을 신설할지도 모른다. ‘수우미양가’도 ‘가나다’도 아닌 ‘좌우’ 택일!!
개들이 엎드려 있다. 닭들도 엎드려 있다. 사람들도 너무 더워 납작 엎드려 있는 복(伏). 초복과 중복을 지나 말복을 남겨둔 2004 여름 대학살 특별 몸조심 기간. 살아남으려면 되도록 ‘개폼’을 잡지 말아야 한다. ‘닭짓’도 하지 말아야 한다. 한번 잡혀가면 동물로서의 ‘삶’은 끝나고 솥에 ‘삶’아진다.
예로부터 일각에선 고문해서 죽인 동물이 맛있고 부드럽다는 속설이 있다. 보신탕 애호가 중 극소수는 ‘때려죽여 달라’며 ‘개 망나니’에게 잔인한 주문을 한다. 그래서일까. 패스트푸드 업체인 KFC에 치킨을 납품하는 한 외국 도계장에선 닭들을 학대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죽이려면 곱게 죽이자”고 캠페인을 한다면 ‘개소리’ 또는 ‘계소리’일까. 이 땅의 개와 닭들이여… ‘성하’(盛夏)에 몸 ‘성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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