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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세상] 유영철과 식약청

등록 2004-08-06 00:00 수정 2020-05-03 04:23

▣ 김미영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kimmy@hani.co.kr

지난 7월31일 밤. 주말을 맞아 가족과 함께 오붓한 저녁식사를 했을 국민들에게 ‘화들짝’ 놀랄 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자칫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는 페닐프로판올아민(PPA) 성분 함유 감기약이 광범위하게 유통됐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청 발표는 그 어떤 납량특선 프로그램보다 국민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특히 PPA 성분 위험성을 감지하고 이를 완전히 제거하는 조처를 내리기까지 무려 4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니 환장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이때부터 ‘정의의 사도’를 자처하는 네티즌은 ‘숟가락’을 내던지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고, 책임 부처인 식약청 홈페이지(www.kfda.go.kr) 등은 몸살을 앓았다. 네티즌은 식약청의 PPA 성분 감기약 판매 전면 금지 발표 시점이 여론의 주목도가 떨어지는 휴가철, 그것도 주말이라는 점 때문에 “파장을 축소하기 위한 속셈” “천인공로할 일”이라며 흥분했다.
이미 문제가 된 약을 사먹거나 산 경험이 있는 시민들은 ‘환불 조치’를 강하게 요구했다.
식약청 홈페이지에 글은 남긴 네티즌 ‘약 먹은 사람’은 “우리 집에 코뚜시럽과 콘택600이 있는데, 어디에서 환불받아야 하느냐”고 따졌으며, ‘이담덕’씨도 “화콜, 콘택600, 지미코, 하디코플러스정, 코리빈캄셀 등을 14년 가까이 먹었다”며 “손해배상하라”고 촉구했다.
또 일부 네티즌들은 식약청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등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식약청 홈페이지에 글을 남긴 ‘김갑수’씨는 “살인범 유영철은 22명을 죽였지만 식약청은 수십만명을 죽인 살인집단”이라며 “적어도 4년 전부터 뇌졸중, 중풍, 뇌경색에 걸려 사망하거나 현재 투병 중인 국민들이 연합해 소송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국민들이 그 후덥지근한 토요일 밤, 환장할 일은 한 가지 또 있었다. 중국 지난에서 열린 ‘아시안컵’ 이란과의 8강전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 대표팀이 7골을 주고받은 난타전 끝에 패배하자 “나 지금 울고 싶다”(seung_ji), “실망 또 실망”(yurikysyon), “수비는 파업 중”(dj_paradise) 등 네티즌의 속 터지는 관전평이 올라왔다.
실제 네이버(www.naver.com)에서 진행한 라이브폴을 보면, ‘경기내용이 좋아서 만족한다’는 응답은 4.98%에 그쳤고 ‘부진 비난 피할 수 없어’(26.76%), ‘치욕적이었던 대회’(20.92%) 등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가 50%에 육박해 네티즌의 격양된 분위기를 반영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조직력의 실종, 투지의 상실, 의지의 박약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낙관적 태도는 거만한 것도 아니고 방심한 것도 아니고, 한마디로 비참한 패잔병의 모습…. 자신감을 갖기 위한 재교육이 필요하다.”( 한토마 게시판 ‘m20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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