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태 기자 k21@hani.co.kr
* ‘살인미소’와 ‘살인미수’는 모두 상대방을 자지러지게 한다. 그러나 결과는 하늘 땅 차이다. 지난 5월15일 새벽, 서울 신촌 거리에서 술취해 난동을 부리다 행인을 칼로 찌른 주한미군 병사는 후자에 속한다. 피해자인 한국인 젊은이는 ‘목살’을 찍힌 채 한때 중태에 빠졌다. 이건 ‘살인미수’를 넘어 ‘참수미수’에 가깝다. 혹시 이라크에서 자국 민간인이 당한 참수 사건에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탓일까? 미국이 평양을 미사일로 때리면, 평양은 즉각 서울을 향해 공격한다는 한반도 전쟁시나리오가 있다. 그런데 이라크 저항세력이 미국 민간인을 참수할 경우, 미군은 즉각 똑같은 방식으로 한국 민간인의 목숨을 노린다는 범아시아적 화풀이 시나리오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라크 저항세력이나 ‘망나니’ 같은 미군에 납치되더라도 목에 ‘기브스’를 하고 있다면, 석고붕대 풀기 귀찮아서라도 참수형은 면해줄까? 아니면 목에 힘들어가 인사도 안 한다는 이유로 가장 먼저 표적이 될까? 그렇거나 말거나 대한민국 정부는 반드시 목에 ‘기브스’를 해야 한다. 미국에 목을 뻣뻣하게 세우고 건방지게 대들었으면 좋겠다. 먼저 할 일은 ‘참수’를 기도했던 미군 병사가 ‘잠수’ 못 들어가게 하는 것!!
* ‘테러리스트’들은 행동에 돌입할 때 복면을 쓴다. 비밀조직원으로서 당연한 수칙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헌법재판관들은 왜 각자의 의견에 복면을 씌우는가. 자신들의 판결이 결과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참수’를 막았다 하여, 수구언론에 개별적으로 찍히는 걸 두려워하는 것일까? 아니면 일부 ‘참수’ 의견을 낸 재판관들이 ‘촛불’에 화형식이라도 당할까봐 떠는 것일까.
나는 탄핵심판 최종결정 선고 생중계를 텔레비전으로 보며 재판관들의 얼굴이 모자이크되는 광경을 상상해보았다. 더 재밌는 것은 알카에다 조직원들처럼 검은 복면을 두르고 개별적인 판결 의견을 당당히 발표하는 모습이다. 더더 재밌는 것은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의 이라크인 포로들이 썼던 검은 두건을 홀라당 뒤집어쓰고 수화를 사용하는 장면이다. 어려운 법률용어 투성이라서 수화로 번역하려면 진땀 나겠지만…. 주문(主文)도 짤막하게 딱 20초간 ‘노회찬 버전’으로 끝내면 좋으리라. “노무현씨가 어깨를 좀 치고 지나간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칼로 찌를 일은 아니었다. 칼로 찔러도 된다고 생각하는 자도 소수 있었지만 칼 맞을까봐 안 가르쳐주~지.”
* 별사탕은 ‘건빵’ 봉지에 들어간다. 그러나 진짜 별은 ‘감빵’에 들어간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신일순 육군대장이 ‘비리’ 혐의 앞에서 ‘비리비리’해진 것이다. 덕분에 국방부는 오랜만에 오성장군을 배출했다. 별 넷 대장님께서 전과1범…. 그러니까 별 하나 추가했단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오성급 장군’이어도 ‘오성급 호텔’에서 잘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별의 명예를 소중히 생각하는 이들에게 이번 사건은 “별 개떡 같은 일”이다. 별 내부의 특정 인맥 죽이기 음모라고 목소리 높이는 이들에겐 “별 재수 없는 일”이다. 군 검찰의 위세 앞에 체념해야 한다면 “별수 없는 일”이다. 물론 이런 가운데 “대장님 힘내세요”라는 응원가도 별처럼 빛난다. 그 수가 적지 않으니 ‘별일’이다. 아, 오늘도 화장실에서 신음하는 변비환자들이여!(대장운동은 쾌변을 보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