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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넌센스- “조갑제는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등록 2004-05-06 00:00 수정 2020-05-02 04:23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 검사들이 오히려 ‘가혹행위’를 당한다. 믿거나 말거나, 요즘 그들은 그렇게 주장한다. 수사도 ‘마감’되지 않았는데, 수사받던 거물들이 연이어 인생을 스스로 ‘마감’하기 때문이다. 그 ‘가혹’한 선택의 배경을 궁금해하는 ‘냉혹’한 여론의 시선이 검찰로서는 ‘당혹’스럽다는 거다. 영화 에는 수사실에서 피의자가 타자기를 들고 머리를 찍으며 자해하는 코믹한 장면이 나온다(이거 프랑스 영화 표절이다). 영화에서는 더 심하게 자신의 머리를 깨는 수사관의 꼴통짓으로 위기를 넘기지만, 현실에서는 어찌할 것인가. 검사들이 “우린 가혹행위 안 했다”며 더 심한 포즈로 한강에 뛰어들어야 하나? ‘동요’하는 수사검사들의 귓속에 이런 ‘동요’가 환청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퐁당퐁당 몸을 던지자~, 검사 몰래 몸을 던지자~.”
뭐니뭐니해도 머니(money)가 웬수다. 고민되는 어버이날 선물로는 머니가 최고일 수 있다. 그러나 잘못 꼬인 머니는 자살을 부르는 비극적인 혼잣말의 메인 카피가 될 수 있다. “난 도대체 이게 머니….” 자의 반 타의 반, 부적절한 머니에 얽혀 고민하는 고위공무원과 국회의원, 기업인 여러분…아직도 정신차리려면 머니?


* 자살할 때 유서에 꼭 써야 할 내용을 아시는가? 자살을 마음먹었던 한 사람을 알고 있다. 역시 구질구질한 머니에 치이다 거리를 방황하며 세상을 등질 각오를 했던 30대 초반의 사고뭉치. 주변의 손가락질을 견디다 못해 자필유서를 품었다가 어느 따뜻한 선배의 권유로 마음을 돌린 연약한 인간. 나는 최근의 ‘자살 시리즈’를 접할 때마다 그 미발표 유서의 마지막 문장을 떠올린다. 피식 웃기면서도 가슴을 이상하게 울린 촌스럽고 투박한 한마디. “경찰관 아저씨 죄송합니다.”
이건 편지 부치면서 겉봉에 “집배원 아저씨 수고하세요”라고 쓰는 것과 같은 최소한의 매너다. 아무리 숭고한 자살이라 할지라도, 주검은 누군가 치워줘야 한다. 십중팔구 경찰일 텐데, 솔직히 짜증나고 귀찮은 뒤치다꺼리 아닌가. 자살하시려거든 경찰관한테 미안하다는 인사는 하고 죽자. 죽음을 모독하냐고? 맞다. 자살하지 말라고 지독하게 모독하는 거다.


*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중술(訪中術)을 부리기도 전에 용천이 폭발했다. 그 용천을 바라보며 대한민국 언론이 외치는 ‘구호’는 하나… ‘구호’ 활동이다. 하지만 여전히 조갑제 대표이사 겸 편집장께서는 ‘감정’이 안 좋다. 용천돕기 하자는 이들에게 ‘정신감정’ 받으라는 식으로 말한다. 혹시 어렸을 적 소 꼴 먹이러 일을 너무 많이 나가셨나? 그래서 ‘꼴통’을 머리에 이고 다니셨나? 학교 다닐 때 체육시간에 ‘수구’만 배우셨나? 영문이름 ‘red cross’를 트집잡아, 국제적십자사를 통한 구호는 절대 안 된다고 우기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의 문화재 지정이 검토되는 마당에, 조갑제씨를 소리 분야의 무형문화재로 선정하면 어떨까. 그가 내는 소리는 대단히 희귀하기에, 후대에 ‘타임머신’ 같은 프로그램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훌륭한 코미디 소재다. 라디오 프로그램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에도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 그동안 이 프로가 다루지 않던 ‘구국의 소리 방송’이 흘러나와 북한의 대남방송으로 혼동될까 걱정되지만. 농담 그만두고 그에게 바라나니. 제발 ‘용각산’처럼 소리내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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