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편집장 배경록 peace@hani.co.kr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가 발생한 지 10여일이 지났다. 이제 그 참상도 알려질 만큼 알려진 것 같다. 우려했던 전염병 발생이나 질산암모늄 후유증으로 북녘 동포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지 않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귀를 의심케 하는 소식이 전해져 우리의 참담한 마음을 저며놓는다. “화상을 입은 어린이들을 치료하는 의사들이 자신의 허벅지 살을 떼어내 환부에 이식하고 있다”는 보도가 그것이다. 북한 사회에서 의사라는 신분이 남한 사회와는 크게 다르기는 하지만, “의사로서의 의무와 책임감으로 환자를 치료하면서 모범적인 삶을 살겠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떠올리게 한다. 그에 견주어 얼마 전부터 잇따르고 있는 우리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자살은 곱씹어볼 대목이 많은 것 같다.

여하튼 남녘땅으로부터 구호품들이 용천으로 가고 있고 중국 단둥쪽에서는 국제사회로부터 답지한 구호품들이 압록강을 건너고 있다. 배와 비행기, 트럭에 가득 실린 구호품들을 바라보면서 이제 안도의 한숨을 조금은 내쉴 수 있을 것 같다. 파손된 건물을 보수하는 게 아니라 아예 용천을 새도시로 탈바꿈시키겠다고 하니 훗날의 도시 모습이 궁금하기까지 하다. 북한 당국이 애초 방침을 바꿔 바다와 하늘 길에 이어 육로로도 구호 장비와 자재들을 받겠다고 한 것은 남북 교류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의미 있는 사건이다. 아울러 북한은 즉각 우리에게 감사를 표시하고, 여야 대표는 초당적인 대북정책 추진을 약속했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는 말을 실감케 하는 일들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때맞춰 개성공단 개발이 본격 궤도에 올랐으니, 어쩐지 남과 북 사이에는 앞으로 좋은 일만 있을 것 같은 예감이다.
그런 와중에 터진 이른바 ‘중국 쇼크’는 혹시 단둥에서 용천으로 가는 구호품 트럭 대열이 멈추는 것은 아닌지 어리둥절할 정도로 우리를 당혹스럽게 한다. ‘중국 쇼크’에 대해 중국 경제의 성장 가능성을 내세워 차분한 대응을 주문하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언제든지 ‘쇼크’가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중국 쇼크’를 계기로 중국 시장에 대한 과도한 의존과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비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혹시라도 그 ‘쇼크’가 현실화할 경우 ‘전화위복’으로 삼기 위해서 말이다.
지난 1일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전 종전을 선언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때마침 폭로된 미군의 포로수용소 이라크인 성학대 사건은 이라크전을 통틀어 가장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전쟁이 끝난 지 1년이 지났으나 유독 이라크 국민들에게만 ‘전화위복’의 기운이 감돌지 않는 것은 비극이다. 6월 말 주권 이양이 예정돼 있어 기대를 가져보지만 평화정착은 먼 나라 얘기가 될 것 같다. 이라크 취재를 계속해온 종군 저널리스트 김영미씨의 얘기는 사뭇 비장하기까지 하다. 그는 “미군이 철수하면 곧바로 내전이 일어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미군정은 과연 무엇을 했는지…. 그래도 미국에 촉구하고 싶다. ‘석유를 가졌으니 이제 이라크를 떠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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