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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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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21] 한국인 같기도

등록 2009-03-25 17:26 수정 2020-05-03 04:25

사실은 클럽이 아니지만, 클럽이라고 해두자.
바람도 뜨거운 2009년 1월 타이 방콕의 클럽에서 어떤 타이 청년이 이리로 와보라고 손짓을 했다. 가까이 가자 물었다. “어디서 왔니?” “한국.” 그리고 나를 보고 웃으며 옆에 앉은 중국인 청년에게 말하길, “봐라. 얘는 타이 사람이라면 타이 사람 같고, 중국인이라면 중국인 같고, 일본애 같기도 하고, 한국인 같기도 하잖아.” 어머나, 일본도보다도 날카로운 통찰에 너도나도 우리 모두 “하하하~”. 아마도 그들은 나를 보며 아시아 각국 ‘꽃미남’들의 외모적 특징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하고 있었음이 틀림없다. 설마? 그래, 설마! 하여튼, 나의 무국적 얼굴을 ‘같기도 외모’로 이방인 청년이 한칼에 정리해주었다.
2009년 3월, 여전히 바람도 차가운 서울 명동. 영등포 방향도, 미아리 방향도, 왕십리 방향도, 어디로 고개를 돌려도 온통 일본인 천지다. 한식집도, 중국집도, 에뛰드하우스도, 페이스샵도 일제히 “이랏샤이마세!”(어서 오세요!) 명동은 이제 일본인 조계지? 하여튼 그런데, 왜 여전히 아직도 ‘학실히’ 구분이 될까. 일본인 말이다.
어언 10여 년, 한국 젊은이들이 ‘니폰필’에 꽂혀서 그토록 정진해왔건만, 여전히 그분들의 스타일은 딱 다르냔 말이다.
언젠가 홍콩인 친구가 물었다. “그런데 니들은 일본 애들을 (외모로) 어떻게 구분하니?” 감은 있지만 말은 어려운 대답. “음, 일단… 한국 애들이 키가 조금 크고…(맞나?) 눈이 작고, 쌍꺼풀이 많이 없고….” 답답한 그가 스스로 답하길, “헤어리”(Hairy). 일본 남자들이 털이 더 많다고? 그래, 맞는 말씀. 구레나룻 그것도 니폰필이지.
이번엔 한국인 친구들한테 물었다. 집안에 숨겨둔 마지막 1엔이 떨어질 때까지 일본에 드나든 친구는 “일본은 중년 아줌마들도 섀기컷을 하지. 한국 중년 여성하곤 다르게.” 아, 한국 아줌마 뽀글뽀글? 언젠가 그가 일본처럼 머리를 자르는 서울 미용실에서 섀기컷을 하고 일본에 갔더니 다들 일본어로 말을 걸더란다. 참고로, 내게도 수염을 기르기 전에는 누구도 일본말 인사를 하지 않았다. 아, 위대하고도 허약하고도 아무것도 아닌 스타일?!
오랫동안 재일동포 거주지 부근에 살았던 이즈쓰 가즈유키 감독은 “하여튼 화장법도, 스타일도, 색감도 재일동포는 (일본인보다) 과감했다”고 하더라. 그가 만든 에 나오는 옛날 재일동포 패션은 대략 머리는 뽀글뽀글, 색깔은 알록달록 하와이. 그런데 반대로, 한국인은 일본인 의상을 웬만한 뱃심이 아니면 소화하기 힘든 과격한 스타일로 생각한단 말이지. 물론 시대가 다르니까, 비교는 어렵지만, 하여튼 그렇다니까. 또다시 그런데, 왜 자꾸만 그렇게 구분짓기를 속으로 하고만 있을까… 당신은 아닌가?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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