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과 노래로 고속도로 테이프 뺨을 쳐버린 이들, 5위부터 1위까지… 아카펠라·힙합·댄스 제친 대망의 1위는 신이 버린 목소리 ‘고음불가’
▣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안녕하세요. ‘배철순의 개그캠프’의 DJ 배철순입니다. 오늘은 이번달 개그 길보드차트 순위를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요즘 개그 길보드차트는 권위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고속도로 테이프차트 뺨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개그에 춤과 노래를 더하면 볼거리도 2배, 웃을거리도 2배가 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익숙한 노래를 사용하면 유행어를 흥얼거리게 하기 쉽다는 것도 장점이죠. 그러면 이번주 5위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음파 음파 두비두바’ 결정적 한방 아니죠~
5위는 ‘러브포맨’입니다. 남성 아카펠라 그룹 ‘러브포맨’은 지난해 방송됐던 ‘보이스포맨’의 2세 정도 되는 그룹이죠. 여기서 잠깐 ‘보이스포맨’, 기억나십니까? 기타와 함께 ‘첫 번째 여자 워우워 옥주현을 닮았다. (가까이 가서 보고) 아니 옥동자다’ 하며 앞에 있는 네 명의 여자에게 의미심장한 프러포즈를 하곤 했죠. 러브포맨은 소심쟁이 김정승, 키 작은 이동엽, 키만 큰 ‘마이콜’ 류용현, 2% 부족한 영구 려명하 등 신인으로 구성됐습니다. 후렴구 ‘음파 음파 두비두바’가 중독성이 있기는 하지만 결정적인 한방이 없죠. 그래서 차트 하위권만 맴도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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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위에는 4인조 댄스그룹 ‘비트 보이스’가 올랐습니다. 지난주 3위에서 한 계단 하락했군요. ‘비트 보이스’는 이름 그대로 비트박스가 주특기죠. 최고의 뚱땡이 댄서 박규선과 천재 래퍼 이용진, 최강 리더 양세형, 소개 말고는 마땅히 맡은 파트가 없는 홍동명의 매력이 잘 어우러진 그룹이에요. 화려한 콘서트를 보여주는 이들은 노래보다 서로 싸우는 불협화음 시추에이션으로 인기를 모았습니다. 게다가 ‘박규선 왕따설’을 무대에서 내놓고 인정해 화제가 되기도 했죠. 그러나 최근에는 이렇다 할 히트곡을 내놓지 못하면서 차트에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네요.
이번주 3위는 ‘퀸카 만들기 대작전’의 퀸카 자매가 차지했습니다. 절대음감의 소유자인 산드라와 바이브레이션의 고수 르완다는 여자 그룹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죠. 얼굴과 몸매, 애교로 남자팬들의 맘을 녹여내고 있습니다. 이들의 히트곡 ‘대파링’은 유혹의 코드로 통용될 정도예요. 이태리타올 C단조 아리아로 부르는 ‘대파링’은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안단테로 얘기하고 르네상스 귀차니즘을 읊조리듯이 불러야 제맛이죠. 한번 불러볼까요? 먼저 화음을 맞춰야 합니다. ‘아~아~ 사랑과 우정의 상징 대파로 만든 대파링.’ 이들도 최근 본명과 나이를 속였다는 루머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빠른 91년생 르완다가 70년 개띠고 산드라의 본명이 고덕배라는 내용인데요. 그러나 이러한 루머도 이들의 치솟는 인기를 막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2위는 피 끓는 젊은이들의 열정을 쫙쫙 빨아들이고 있는 힙합그룹 ‘나몰라 패밀리’입니다. 아직 우리말에 익숙지 않은 유남생, 충남 보령 출신 해외파 정통 래퍼인 산체스, ‘오늘도’ 바비킴 동생 바보킴으로 구성된 ‘나몰라 패밀리’의 인기 비결은 무엇보다 그 찰떡 같은 춤이죠. ‘배 내밀고 가슴 튕기며 걷기 댄스’는 임산부들 사이에서 대유행이라고 합니다. 이들의 프리 스타일 랩은 굉장한 흡인력을 자랑합니다. 그래도 과도하게 몰입하면 지능지수 저하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꼭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어쨌거나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나몰라 패밀리 힙합교실’에는 20~40대 회사원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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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1위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이번주 차트 정상은 오랫동안 선전하고 있는 신이 버린 완벽한 목소리 ‘고음불가’! 축하드립니다. 언제나 라이브만을 고집하는 이수근, 류담, 변기수 3인조 보컬그룹 ‘고음불가’, 저력이 대단하군요. 이들의 히트곡은 일일이 손에 꼽기도 어렵죠. 대단한 실력을 자랑하는 메인 보컬 이수근의 스타일로 리메이크한 등은 원곡의 인기를 뛰어넘고 있습니다. 물개를 연상시키는 몸동작도 덩달아 인기 상종가예요. 이들의 무대가 영 발전이 없어 실망스럽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월드컵 응원가 에서 보여준 환상적인 꺾기 기법 ‘챔피~언’으로 인기에 다시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챔피~언’으로 다시 탄력받는 정상의 3인조
이렇게 이번달 개그 길보드차트 순위 알아봤습니다. 실력파 그룹들이 치열한 순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지금까지 개그 길보드차트를 휩쓸고 간 명그룹들이 참 많았죠. ‘아하 그렇구나’를 유행시킨 ‘도레미 트리오’도 있었고 개그 길보드차트의 전설 ‘만사마’ 정만호가 이끈 ‘막무가내 보이스’, 대한민국 댄스계를 먹칠한 엇박자 듀오 ‘그룹 싸쓰’도 있었습니다. 이들의 노래가 다시 한 번 듣고 싶어지네요. 그럼 1위를 차지한 ‘고음불가’의 들으시면서 이만 인사드리겠습니다. ‘안되나~요 나를 사랑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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