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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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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저대교 건설되면 ‘백조의 호수’ 사라질 것”

등록 2025-08-07 23:10 수정 2025-08-13 14:37
2024년 1월 경남 창원시 낙동강유역환경청 앞에서 노숙농성 중인 박중록 위원장(맨 오른쪽)이 농성장을 방문한 두 조카와 손팻말을 들고 있다. 농성은 2023년 1월27일부터 2024년 2월8일까지 진행됐다. 박중록 제공

2024년 1월 경남 창원시 낙동강유역환경청 앞에서 노숙농성 중인 박중록 위원장(맨 오른쪽)이 농성장을 방문한 두 조카와 손팻말을 들고 있다. 농성은 2023년 1월27일부터 2024년 2월8일까지 진행됐다. 박중록 제공


대저대교는 아직은 없는 다리다.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이자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인 박중록은 영원히 생겨서는 안 될 다리라고 믿는다. 산처럼 쌓아 올린 실증 조사와 꺾이지 않는 반대 투쟁으로 그 믿음을 실천해왔다. 건설을 막는 데 필요한 행정 절차가 도미노처럼 모두 쓰러지고 난 지금도 다르지 않다. 2025년 8월5일, 길게 통화할 겨를이 없다 해서 전자우편을 보냈다. 이튿날 200자 원고지 37장에 이르는 답장이 왔다. “일이 너무 많아 더는 요약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내용을 보니 애초 요약이 가능했을 성싶지 않았다.

―대저대교는 부산 시민이 아니면 이름조차 생소하다.

“부산시가 4천억원을 들여 개설하려는 강서구 식만동~사상구 삼락동 도로(8.24㎞) 가운데 낙동강 하구를 가로지르는 교량(1865m)이다.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된 철새 도래지를 관통한다. 천연기념물 제201호 큰고니(백조)의 핵심 서식지이기도 하다. 주변 막개발로 개체수가 3천 마리에서 절반 정도 줄었지만, 세계 어디에도 없는 말 그대로 ‘백조의 호수’다. 복수의 연구논문에 따르면, 큰고니가 안전하게 뜨고 내리며 생활하는 데 최소 4㎞의 간격이 필요하다. 대저대교는 서식지 가운데를 관통한다. 교량 간격이 2㎞씩 좁아지는 서식지 파편화로 인해 큰고니가 서식할 수 없는 환경이 되고 마는 것이다.”

낙동강 하구의 고니떼. 박중록 제공

낙동강 하구의 고니떼. 박중록 제공


―환경영향평가서는 그 부분을 짚지 않았나.

“습지와새들의친구는 2004 년부터 낙동강 하구 문화재보호구역 전체를 한 달도 거르지 않고 21년째 조사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서가 엉터리면 걸리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고발로 시작된 수사에서 환경영향평가서가 거짓으로 작성된 사실이 드러나 용역업체에 유죄가 선고됐다. 사업도 중단됐다. 그러나 그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거짓의 시작이었다. 부산시 고위 간부가 개입해 대저대교 노선에 문제없다는 엉터리 논문들이 만들어진 것을 발견해 ‘등재 불가’나 ‘연구부적절행위’ 판정을 받아냈다. 그런데도 새 환경영향평가서에 버젓이 실렸고, 환경청이고 국가유산청이고 모두 ‘문제없다’며 기존 노선을 다시 승인해버렸다. 2024년, 공무원과 국내 최고 학자라는 이들이 한 일이다.”

―거대한 공모 체계가 작동하기라도 했다는 건가.

“ 사마천은 ‘사기’에서 ‘돈이 자기보다 열 배 많으면 몸을 낮추고 , 백 배 많으면 두려워하고 , 천 배 많으면 고용당하고 , 만 배 많으면 노예가 된다 ’고 했는데 ( 거의 모든 ) 정치인 , 공무원 , 학자가 노예가 됐다 . 알아서 건설사업을 갖다 바친다. 부산시는 차량 통행량이 급증한다며 대저대교 건설을 밀어붙인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탓에 2016년 이후 부산시 전체 교통량은 외려 줄고 있는데도 말이다. 2009년 개통된 을숙도대교는 교통량이 부족해 2023년까지 민간사업자에게 손실보전금 3556억원을 물어줬다. 낙동강 횡단 교량의 통행량도 더 감소할 일만 남았다. 역시 돈이다. 가덕도 신공항을 봐라. 공항 건설비만 15조원이다. 거기에다 접근성을 높인다며 10조원을 들여 해상교량을 짓겠다고 한다. 대심도 급행열차 건설비 4조7천억원은 별도다. ”

―대저대교는 지금 어떤 단계인가. 그리고 박 위원장은 무엇 때문에 그렇게 바쁜가.

“아직 정식 공사가 시작되지 않았지만, 언제든 공사에 들어갈 수 있는 상태다. 소송 준비, 공문 제작, 생태 조사 등으로 정신없다. 일단은 법정 싸움에 집중하고 있다.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은 기각됐고 본안 소송 중이다. 올여름도 기후위기를 진저리 치게 겪고 있다.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어림없다.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겨우 남은 자연을 더는 파괴하면 안 된다. 기후위기는 식량 위기고, 곧 인류의 생존 위기다. 미래 세대를 위해 사법부가 전향적인 결정을 내려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지난 7년 남짓 기자회견, 집회, 문화제, 토론회, 도보순례, 노숙농성 등 온갖 방법으로 맞서봤다. 극한 수단인 단식 말고 남은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대저대교 사업의 부당함을 입증하는 자료는 이미 다 나와 있다. 그런데도 막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어떤 곳도 지킬 수 없다. 내란을 막은 시민의 힘을 믿고 싶다.”

박중록 위원장의 교사 퇴임식을 앞두고 ‘세계 환경의 날'인 2019년 6월5일 부산 대명여고 학생들이 학교 운동장에서 ‘지키자!! 낙동강 하구’라는 ‘우산 섹션’을 펼쳐 보이고 있다. 박중록 제공

박중록 위원장의 교사 퇴임식을 앞두고 ‘세계 환경의 날'인 2019년 6월5일 부산 대명여고 학생들이 학교 운동장에서 ‘지키자!! 낙동강 하구’라는 ‘우산 섹션’을 펼쳐 보이고 있다. 박중록 제공


―한겨레21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겨레가 창간되던 해에 나도 교사 생활을 시작했고, 한겨레 창간주주이기도 하다. 전교조와 환생교(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활동을 하다 2019년 퇴직했다. 그사이 한겨레에 실망할 때도 없지 않았으나, 한겨레21은 좀더 각별하다. 부디 우리 사회를 바르게 비추고 희망의 불을 밝혀주기 바란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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