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달리자’로 유명한 밴드 ‘크라잉넛’의 베이시스트 한경록씨는 유엔난민기구의 오랜 후원자다. 유엔난민기구의 거리모금 부스를 통해 후원에 동참하기 시작한 뒤로 유엔난민기구와 인터뷰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홍보글을 올리는 등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다. 2050년엔 기후난민이 10억 명에 이를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등 기후위기로 삶의 터전을 잃은 난민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난민과 환경은 떼어놓을 수 없는 문제다. 한겨레21의 ‘헌 옷 추적기’ 보도 취지에 공감한 한경록 베이시스트를 만나 그의 옷가지들을 기부받았다.
—한겨레21에 기부할 중고의류들을 준비해주셨다.
“무대에 서다보니 약간 화려한 옷을 많이 입게 된다. 또 하와이안 셔츠를 좀 좋아한다. (이런 옷이) 많다보니 가져왔다. 주로 홍대 앞 빈티지숍이나 보세 옷집에서 산 것들인데 공연할 때 많이 입었다. 또 반짝이는 옷, 볼링셔츠 느낌의 옷도 가져왔다. 1950년대 미국에선 볼링장에서 맥주 같은 음료를 마시고 볼링도 하는 사교 모임이 있었는데, 이게 로큰롤 문화와 연결돼 있어서 가져와봤다. 내가 검정 옷을 기본적으로 좋아해서 (검정 옷도) 가져왔다. 2023년에 일본 투어를 다녀왔다. 교토, 도쿄, 오사카, 나고야로. 그때 입었던 옷이다. 또 홍대 길거리에서 스트리트 패션 느낌으로 산 옷도 있는데, 특이한 느낌이라 준비해봤다.”
—평소 의류 쓰레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나.
“음악을 하다보니 비슷한 옷만 입고 무대에 오르는 건 어떻게 보면 관객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의류를 좀 많이 사게 됐다. 그런데 환경적으로 미안한 느낌이 있었다. ‘꼭 필요한 옷만 사자’ 생각하기도 하고, 헌 옷 수거함에 옷을 넣기도 하는데, 그런 (수거함에 넣은) 옷들이 필요한 데 쓰였으면 좋겠다. 그러면 나도 미안한 감정이 좀 사그라들 거 같다.”
—헌 옷 수거함에 넣은 것들이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로 가서 잘 재활용되는지, 쓰레기 산이 되거나 소각되는 건 아닌지 추적하고 있다. 한국이 쓰레기를 다른 나라에 넘기는 것일 수도 있는데,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도 항상 궁금했다. 마포구는 파란 (헌 옷) 수거함이 있는데 여러 소문이 있었다. 구제시장으로 가서 다시 팔린단 얘기도 들은 적이 있고, 아니면 진짜 아프리카나 필요한 곳으로 가서 쓰인다는 아름다운 얘기도 들렸고. 나는 좋은 취지로 수거함에 넣었는데 제대로 사용 될 지 궁금하다. 꼭 필요한 사람들한테 가면 좋을 텐데. 무게를 재서 엄청나게 사 간다는 얘기도 들었고. 아무튼 좋은 일에 쓰이길 바란다. 나도 (한겨레21) 기사를 통해 이 옷들이 어디로 가는지 꼭 지켜보겠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한겨레21 '당신이 버린 옷의 최후' 보도는 12월27일부터 2025년 1월2일까지 매일 이어집니다. 전체 기사가 담긴 한겨레21 통권호(1545호)는 아래 링크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https://smartstore.naver.com/hankyoreh/products/11301305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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