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패션 브랜드에서 저렴하게 구입한 옷을 한 철 입고 버리는 게 보편화된 시대, 의류수거함에 옷을 버리는 행위는 그나마 죄책감을 덜어준다. 수거함에 넣은 의류 대부분이 누군가에게 가서 한 번쯤은 또다시 쓰일 거라는 착각 때문이다. 김현욱 서울시립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의류수거함–저개발국 수출–민간 소각’ 단계를 밟고 있는 ‘의류 쓰레기 산’ 문제를 지적하며, “차라리 우리나라에서 소각하는 게 친환경적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류 생산에서부터 소비 과정까지, 발암물질·미세플라스틱 등과 같은 문제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김 교수에게 들었다.
—한겨레21이 의류수거함 옷에 위치추적기를 달아 이동 경로를 확인했더니, 옷들이 타이 등 동남아 시장으로 흘러갔다가 다 소화되지 못하면 소각되는 단계를 밟더라. 이런 상황은 환경에 어떤 악영향을 끼치나.
“의류수거함 옷이 재활용되는 게 아니라 인도·타이 등으로 흘러가서 쌓였다가 태워지면, 우리나라에서 소각하는 것보다 더 안 좋다. 염료 같은 경우 유기용제 등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위해성이 굉장히 높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개방된 마당에서 특별한 시설 없이 태우면, 소각 온도가 낮기 때문에 완전연소(연료가 충분한 산소와 결합해 이산화탄소와 물로만 변환되는 연소 과정. 매연, 일산화탄소 등 불완전연소 생성물이 많이 발생하지 않는다) 되는 게 아니다. 이산화탄소로 전환되지 않고 (위해성 높은) 화합물들로 부분 분해되는 양도 많다. 옆에 있는 사람들이 그걸 마신다고 생각해보라. 결국 발암물질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선 그렇게 못한다. ‘원격 감시 시스템’(TMS·Tele Monitoring System)을 통해 배출을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요즘엔 연소 중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고정화시키는 기술들도 제안되고 있다. 연소 중 발생되는 열에너지회수는 일반적이다. 하지만 저개발국에선 이런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시설에서 소각이 이뤄진다.”
—옷을 의류수거함에 넣어 저개발국에서 쓰레기 산이 되게 하는 것보다 우리나라에서 소각하는 게 오히려 더 친환경적일 수 있다는 건가?
“맞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우리가 과연 전지구적으로 올바른 행동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옷 쓰레기를 우리한테서는 없애는데, 정작 저개발국에서는 엉망으로 처분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상관이 없을까. 의류수거함을 통해 ‘리사이클’ ‘리사이클’ 외쳤지만 최종 결과가 뭔가. 쓰레기 산에 불 질러 태워버리는 게 친환경인가. 지금 위해성이 있는 폐기물은 바젤협약(유해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 및 교역을 규제하는 협약. 선진국이 유해 폐기물을 후진국에서 부정적으로 처리하는 문제가 부상하면서 스위스 바젤에서 협약을 맺게 됐다)으로 수출을 못하게 돼 있지 않나? 의류가 거기서 빠져 있는데, 사실 사용 후 의류가 폐기물로 환경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간과되고 있다.”
—인도, 타이에 갔더니 섬유 표백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이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옷을 표백하고 있었다. 표백 과정에서 배출되는 폐수는 그냥 강에 버리더라. 그 강 바로 밑에 마을이 있는데, 마을엔 암에 걸린 분들이 많았다.
“염색 폐수와 같은 경우엔 독성이 높다. 그래서 우리나라 반월공단 등 염색공단에서 배출되는 폐수는 매우 복잡한 공정을 통해 정화된다. 저개발국에선 이런 복잡한 폐수 처리 공정이 적용되지 못한다. 즉, 처리 없이 방류되는 것이다. 의류폐기물을 태웠을 때도 마찬가지다. 만약 완전연소됐다면 주로 이산화탄소와 물만 생성될 것이다. 하지만 불완전 연소되는 경우 유해물질들이 함께 생성될 것이다.”
—의류 생산 단계부터 소비 과정까지 미세플라스틱이 얼마나 발생하고 영향을 주고 있나.
“재질로 봤을 때 합성섬유는 플라스틱이다. 우리가 미세플라스틱 제품을 안 쓰려면 벗고 다녀야 할 정도로, 의류에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생산되는 섬유 중 70% 이상이 합성섬유이기 때문이다. 일단 섬유는 쭉 하나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조금씩 연결돼 있다. 실을 쭉 뽑아내지만 자세히 보면 서로 연결돼 있는 건데, 그것들은 합성해서 만든 제품이기 때문에 어떤 스트레스만 가하면 미세플라스틱이 조금씩 부서져 나온다. 염색한다든지, 세탁하는 과정에서 화학약품에 노출되기도 하고, 열 등에 노출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폴리머(고분자)가 계속 조금씩 깨진다. 그 조각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미세플라스틱이다. 우리가 아침에 옷을 입으려고 하면 먼지가 확 날 때도 있지 않나. 생활할 때도 비벼지면서 나오고, 빨래 할 때 물로 막 비빌 때도 나온다.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하는 건 의류 생산 및 소비 과정 중) 어느 한 순간에 일어나는 게 아니라, 제조부터 사용, 폐기되는 모든 과정에서 일어난다고 보면 된다. 쓰레기 산에 다녀오셨다고 했는데, 현장에 보면 산더미같이 옷이 쌓여 있고 태양빛이 내리쬐지 않나. 이 빛의 자외선에 더 잘 분해된다. 의류 폐기물이 강·바다에 떠밀려 간 경우, 파도 등의 외부 힘(스트레스)이 가해질 때도 발생한다.”
—천연섬유의 경우는 더 나을까?
“천연섬유에서 나온 조각도 우리가 들이마시면 플라스틱 같은 효과가 있는 거고, 결국은 (환경오염에 있어) 비슷하다. 플라스틱이라는 건, 1907년에 만들어진 최초의 합성 플라스틱인 Bakelite을 만든 Leo hendrik bekeland가 고분자 물질들로 만들어진 제품을 ‘플라스틱’이라 칭한 데서 유래한다. 사실은 자연계에 있는 걸 보고 인간이 비슷하게 만든 것이다. 그러니까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폴리머도 아주 많다. 면옷도 우리가 입으면 먼지가 막 날리는데 그것도 폴리머다. 천연섬유는 합성섬유보다 조금 더 빨리 분해된다는 장점은 있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이것도 아주 쉽게 분해되는 것이 아니다.”
—미세플라스틱의 위험성은 어떤가?
“우리가 미세 입자를 들이마시면 당연히 호흡은 힘들다. 그다음 이 미세플라스틱이 세포로 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이때 중요하게 봐야 할 건 양이다. 스웨덴의 한 대학교 연구진이 ‘미세플라스틱 때문에 물고기가 이상행동을 한다’는 논문을 낸 적이 있는데, 이 논문은 데이터에 문제가 있는 걸로 판명돼 철회됐다. 그렇다고 미세플라스틱이 위험하지 않은가? 그런 뜻이 아니다. ‘위험할 수 있다’는 게 (지금까지 나온) 개연성이다. 작은 입자라서 항상 들이마실 수 있고, 그로 인해 몸속에 흡수되어 위험할 수 있다는 개연성. 이러한 개연성을 입증하기 위해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실제 우리가 노출되는 수준을 고려한 연구들이 진행돼야 할 것이다. 어떤 연구자는 세포에 엄청나게 많은 양을 노출시킨 다음 ‘봐라, 세포로 침투됐다’고 얘길 한다. 그런데 한꺼번에 그렇게 많은 양을 노출하면 당연히 세포는 죽는다. 그렇게 과잉된 양으로 실험하면 우리가 믿어야 할지, 안 믿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된다. 당장 1~2년 안에 성과가 안 나오더라도, 일반적인 환경 노출 수준을 고려한 실험을 설계하고 진행할 필요가 있다. 결과를 도출하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그래도 연구는 장기적으로 진행돼야 하고, 정부는 (미세플라스틱 위험성 관련 실험을) 이해하고 계속 밀어줘야 한다.”
—또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뭘까.
“우리가 이제 스코프3(기업 외부에서 발생하는 간접 온실가스 배출량까지 포함하는 개념. 국제적 흐름에 따라 우리 기업도 공시 의무화를 요구받고 있다)까지 관리해야 하지 않나. (제품이 소비되고 폐기물이 된 뒤) 마지막 단계까지 탄소배출량을 모니터링해야 하는데, 아직 우리의 인벤토리(배출 목록)가 거기까지 안 만들어졌다. 다시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면이라고 하면, 이 면이 재배될 때부터 들어가는 물의 양과 탄소 양, 또 섬유를 뽑아서 우리가 옷을 가공하고, 팔고, 입고, 수거함에 넣고, 입고 난 옷이 수출되고, 분류되고, 그 뒤에 배출되는 것까지. 노인요양시설로 가는 헌 옷도 있을 거고 국외로 나가는 헌 옷도 있을 텐데 그 이동 과정에서 나오는 배출량, 비행기나 선박에서 나오는 것까지 다 모니터링돼야 할 거다. 의류 폐기물에 대한 정책이 나라별로 다 다르기 때문에, 목록도 국가별로 다르다. 이 전체 과정을 옷을 제조해 판매하는 기업이 혼자 모니터할 수 있을까?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해야 한다. 뉴질랜드가 2022년부터 그 작업을 시작했다고 들었다. 예산이 수천만 달러에 달한단다.”
—교수님의 최근 관심사는 뭔가.
“환경공학은 솔루션을 찾아야 하는 분야다. 우리가 ‘다 재활용하자’ ‘내가 입었던 옷 죽을 때까지 입고 내 아들도 입게 하자’ 하면 물론 이상적이다. 그런데 그게 가능한 얘긴가? 나는 아들이 입은 뒤 철 지나서 안 입는 옷을 그냥 입고 다닌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다른 사람이 입던 옷을 착용하진 않을 것이다. 많은 옷들이 버려질 수 있다. 당연하지 않나? 내가 계속 질문을 던지는 건 ‘에너지 효율의 관점에서 사용후 제품을 전환할 수 있는 기술이 뭐가 있는가’다. 폐의류든 음식물 쓰레기든 폐플라스틱이든, 재활용을 위해 물질의 순도를 높이려고 하면 많은 양의 에너지가 소비된다. 이것만이 옳은 길인가. 폐기물 자체에서 에너지를 회수하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오스트리아의 한 시멘트 회사는, 폐기물을 태우면서 나온 에너지를 시멘트 생산에 활용했다. 시멘트를 생산할 때 일정 부분은 폐플라스틱을 연료로 사용하기도 했다. 그렇게 하면서 시멘트 생산 전 과정을 평가해봤더니, 석유 등 화석연료를 태워 시멘트를 생산하던 기존 방식보다 탄소가 25% 저감됐다더라. 오스트리아는 환경운동이 활발하고 환경 규제 압박도 강한 나라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플라스틱을 태우다니 저게 친환경이야’ 싶을 수 있는데, 에너지 회수 관점에서 보면 다른 것이다. 배출되는 가스를 포집해 적절하게 처리하면 된다. 재활용하는 것처럼 하다가 수출해서 우리 국경 밖으로만 나가면 그만인가? 오히려 그것이 전지구적으로 볼 때 비환경적이며 폐기물기반 열회수 관련 환경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다. 과거의 비위생적 소각으로 인한 환경오염에 대한 기억으로 금기시되고 있는 폐기물 기반 에너지 회수를 넓은 의미의 재활용으로 인정하고, 기술개발과 적용을 고려할 때라고 본다.”
글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사진 한겨레 조윤상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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