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비정상회담’ 패널로 유명했던 벨기에 출신 방송인 줄리안씨는 요즘 환경운동가로 더 유명하다. 기후위기로 인한 위험성을 알리는 강연을 다니는가 하면, ‘새 옷을 사지 말자’는 캠페인을 벌이는 동영상을 만들고, 비건 맛집·레시피를 소개하는 콘텐츠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에 기후우울증에 걸린 적도 있으나, ‘개인의 관심이 모이면 기업도 변하고, 따라서 개인의 실천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면서 기후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한겨레21의 ‘헌 옷 추적기’ 보도 취지에도 공감해 쓰던 의류를 보내온 줄리안을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함께해주셔서 감사하다. 이번 기획에 기부할 옷을 소개해달라.
“세 벌 준비했다. 아디다스 운동복 하나, 자라 흰색 티셔츠, 등산할 때 입을 수 있는 파타고니아 옷 하나. 잘 부탁드린다.”
—한국에서 의류수거함에 옷을 버리면, 동남아·아프리카 쪽에 수출된 다음 거기에서도 결국 의류 쓰레기산에 매립되거나 소각된다고 한다.
“나도 옛날에 옷을 입다가 사이즈가 안 맞으면 그 옷과 이별할 수밖에 없었고, 그럴 때마다 무심코 ‘아 거기(의류수거함) 두면 누군가 또 입을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환경에 관심이 많아 이것저것 알아보면서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그때 충격이 컸고, 배신감을 많이 느꼈다. 왜냐하면 아무래도 사람들은 좋은 마음으로 기부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개발도상국에) 우리가 정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옷이 보내지기 때문에 감당도 안 될뿐더러, 원래 거기 있던 옷 시장도 다 초토화됐다고 하더라. 원래 아프리카에서 작게나마 의류를 생산했던 분들도 못하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안타까운 마음이다. 내가 무심코 둔 옷이 어디로 가는지 너무나 궁금했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 들었을 때 ‘너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진짜로 이 옷을 누군가 다시 입게 되면 좋겠지만, 왠지 안 그럴 것 같아서. 그래서 이번에 함께하게 됐다.”
—제공해주신 의류들이 어디로 갈 지 예상한다면.
“왠지 어떤 쓰레기 산 위에 그냥 올라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요즘 운동하면서 (몸이 커져) 안 맞는 옷이 생겨, 주변에 필요한 친구가 있는지 물어본다. 최대한 수거함에 안 버리려고 한다. 일반 쓰레기봉지에 버리는 거나 의류수거함에 넣는 거나 ‘다 비슷하게 끝나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기부한 옷 중에) 한 벌 정도는 누가 입지 않을까?’란 약간의 기대도 하지만 실망할 것 같은 느낌이다.”
[%%IMAGE2%%]—SNS에 의류 환경문제와 관련해 캠페인 영상도 올리는 등 활동을 하고 있다. 계기가 있었나.
“외국인 친구들이 한국에 오면 놀라는 것 중 하나가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로) 옷을 사는 사람이 진짜 많다는 거다. 어느새 옷이라는 게 거의 일회용이 됐다는 느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재활용이 안 된다는 걸 잘 모르니까 ‘누군가 입겠지’ 생각하는 게 있다고 본다. (방송을 하면서) 감사하게도 많은 사람이 내가 어떤 얘기를 하는지 들어주시기도 해서 이 목소리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다. 좀더 쉽게 메시지를 전달할 방법이 없을까 해서 웃긴 영상도 만든다. 그런데 사람들한테 옷 사지 말라고 해놓고 내가 요즘 (운동으로) 몸이 커져서 옷을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와서 언행불일치 아닌가 싶다.(웃음) 그치만 진짜 나는 옷을 오래 입는다. 방송을 안 했다면 집에 옷이 정말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엄마·아빠 때를 생각하면 옷이 열 벌 있으면 많은 거였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이게 당연하게 느껴진 거다. 역사적으로 되게 비정상적인 시기라고 본다. 이건 지속 불가능하다. 많은 사람이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고, 한 벌이라도 옷을 덜 사고, 한 벌이라도 오래 입으면 좋을 거 같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한겨레21 '당신이 버린 옷의 최후' 보도는 12월27일부터 2025년 1월2일까지 매일 이어집니다. 한겨레21 통권호(1545호)로도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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