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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기사 좀 대신 써 줬으면… 어라, 현실이 됐네

등록 2024-02-24 14:47 수정 2024-02-28 18:04


피 말리는 마감을 앞두고 누가 대신 기사를 써줬으면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했습니다. 어떤 때는 얼마 주면 써줄지 궁리한 적도 있습니다. 주위 기자들에게 물어보니 저만 생각한 게 아니었습니다. 대가는 5천원부터 10만원까지 달랐습니다.

그런데 10만원도 안 되는 금액에 글감만 집어넣으면 기사로 만들어주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오픈에이아이(OpenAI)가 내놓은 생성형 인공지능 챗지피티(ChatGPT)뿐만 아니라, 국내 한 스타트업도 언론사나 회사 등을 상대로 유료 서비스를 내놓았습니다. 일부 기자는 기업들이 보내온 보도자료를 이런 서비스에 집어넣어 기사를 내보낸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조선일보> 등 몇몇 언론은 자체 서비스를 개발해 기자들이 이용하도록 했습니다.

2016년 3월 바둑기사 이세돌과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가 대결하면서 알게 된 인공지능(AI)이 10년도 안 됐는데 우리 곁에 성큼 다가섰습니다. 유튜브 추천 영상 알고리듬이나 포털사이트 뉴스 추천, 무인은행 업무 처리 서비스 등에도 모습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가 2023년 올해의 과학자 가운데 한 명으로 챗지피티를 꼽을 정도니 그 영향력은 인정된 셈입니다.

무기체계부터 자율주행차량, 일자리 등까지 인공지능이 미칠 영향은 무척 다양합니다. 신약 개발도 다양한 약물 조합을 훨씬 빠르게 실험할 수 있어 더 쉬워지는 동시에, 원숭이 등 동물실험체의 목숨을 살릴 거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빠르게 발달한 만큼 향후 어떻게 세상을 바꿀지 가늠하기 쉽지 않습니다. 단순 반복 업무만이 아니라 변호사·회계사·기자 등 고학력 일자리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반면 앞으로 생겨날 일자리는 모호합니다. 당장 호주머니 속 현금을 잃을 처지인데 가진 어음은 언제 현금으로 바뀔지 모릅니다.

노동 감시 문제도 생길 수 있습니다. 아마존이 인공지능으로 노동자의 특성과 행동이 친노조 성향과 상관관계가 있는지 따졌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국내 업체들도 언제 이런 인공지능을 도입할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래서 인공지능 발달 방향을 ‘대체형’이 아닌 ‘공존형’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사람을 닮아 똑같이 행동하는 대신 사람을 돕는 인공지능 말이죠.

새벽에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사람이든 기기든 대신 써주길 바랍니다. 그럼에도 일자리까지는 빼앗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려면 그 방향을 결정하는 우리가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한겨레21 1501호 표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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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1호 표지이야기—AI 환상에서 AI 현실로

‘인간 중심 혁신’으로 방향을 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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