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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반성까지는 아니더라도

등록 2022-07-25 07:55 수정 2022-07-26 01:08

2022년 7월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건물 앞. 윤석열 대통령이 오전 9시께 차에서 내려 서른네 걸음을 걸어 기다리던 기자들 앞에 섰다.

기자 “국정수행 부정평가 높은데 원인을 어떻게?”

윤 대통령 “원인은 언론이 다 아시지 않습니까. 원인을 잘 알면은 어느 정부나 다 해결했겠죠. 열심히 노력하는 것뿐입니다.”

윤 대통령은 출근길 기자들에게 두 개의 질문을 받고 발길을 돌려 집무실로 향하다 ‘지지율 하락’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두 손을 들었다 내리는 특유의 ‘손짓’을 하며 이렇게 답했습니다.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훨씬 앞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오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자신의 목소리로 직접 말한 첫 반응이었습니다.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반성까지는 아니더라도 민심이 출렁이는 것에 대해 “겸허히 살펴보겠다”는 반응이 나올 줄 알았거든요. 윤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여론조사는 취임 뒤 두 달 만에 ‘초고속으로’ 긍정평가가 30%대(한국갤럽 7월15일 발표, 직무수행평가 ‘잘하고 있다’ 32%, ‘잘못하고 있다’ 53%)로 떨어졌습니다.

이날 오후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기자실을 찾아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에게 언론에 자주 나오라고 주문했다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강 대변인은 “각 부처가 추진하는 국정과제를 더 자주 국민들과 공유해 ‘우리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새 정부가 지금 어떤 일에 집중하고 있는지 국민이 더 잘 이해하고 아실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뜻”이라고 윤 대통령의 의중을 전했습니다.

이날 윤 대통령이 ‘장관들이 다 스타가 되길 바란다’고 떠민 것은 여전히 번지수를 제대로 찾지 못한 해법으로 보입니다. <한겨레21>은 제1422호 표지이야기를 통해 ‘대통령이 좀 부족해서 그런데 고쳐나가겠다’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이, 대통령이 고물가 등의 경제위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 시민들이 의구심을 품는 데까지 번지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표지이야기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하락, 더 치명적인 무능론’ 기사는 양대 포털(네이버 2063개, 다음 8558개)에서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뜨거운 관심을 끌었습니다.

각 부처 장관과 대통령실 참모들은 국민에게 신뢰를 주어, 윤 대통령의 지지도를 40%대로 이끄는 ‘스타’가 될 수 있을까요. 통일부·외교부·국방부·국가정보원 등 외교안보 부처는 ‘북한 살인 혐의 어민 북송 사건’ 등으로, 질병관리청 등 코로나19 대응 부처는 전문가들도 어리둥절해하는 ‘과학방역’ 주장 등으로 문재인 정부 때의 ‘자기 반성’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과거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었습니다. 장관들이 사람을 따를지 국민을 따를지 <한겨레21>은 계속 취재하겠습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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