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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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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5분 설레셨나요

등록 2022-06-07 08:48 수정 2022-06-07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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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나의 아저씨>와 <나의 해방일지>의 오프닝은 쌍둥이 같다(둘 다 박해영 작가가 쓴 드라마니 당연한 이야기인가). 하나는 ‘뿌앙’ 소리와 함께 지하철이 달리는 모습으로, 다른 하나는 유치원 버스처럼 샛노란 마을버스가 달리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두 드라마에서 좋아하는 장면도 닮았다. 이지안(이지은)이 승강장에 멍하니 서 있으면 컴컴한 터널 저 끝에서 덜컹거리며 달려오는 지하철, 그리고 발걸음을 옮기려 머뭇거리는 이지안의 낡은 운동화 클로즈업. 염미정(김지원)이 왕복 3시간 걸리는 출퇴근길에 물끄러미 지하철 창밖을 내다보는 쓸쓸한 표정, 그리고 매일 아침 창밖에서 ‘오늘 당신에게 좋은 일이 있을 겁니다’라는 해방교회 건물 위의 광고 문구를 발견할 때마다 염미정의 얼굴에 슬며시 번지는 미소 클로즈업. 두 드라마에서 지하철은 단순히 회사와 집을 오가는 ‘탈것’이 아니다. 하나의 세계와 또 다른 세계를 연결해주고, 사람과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매개체다. 물론 드라마 밖 현실에선 출퇴근길 지하철은 ‘지옥철’에 가깝지만.

최근 종영한 <나의 해방일지>는 6·1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도지사 후보들에게도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일 매개체가 돼줬다. 염미정 등 삼 남매가 ‘산포시’(군포시와 산본동을 합친 말로 알려졌다)에 살아, 경기도민의 서울 출퇴근길 고단함과 회식 뒤 택시 잡는 어려움 등을 매우 현실적으로 다뤘다는 평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이런 대사. “걔가 경기도를 보고 뭐라는 줄 아냐? 경기도는 계란 흰자 같대. 서울을 감싸고 있는 계란 흰자.”(여자친구와 헤어진 염창희(이민기)의 말) “경기도는 흰자예요. 노른자는 서울이죠. 경기 북부와 남부에서 각각 온 당신과 나는 노른자 속을 뚫고 만난 거예요.”(소개팅 남자에게 하는 염기정(이엘)의 말)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드라마 영상을 봤는데) 하나하나 경기도민의 애환이 묻어난다”고 썼다.

어느 때보다 관심을 모으지 못하는 6·1 지방선거 과정을 심드렁하게 지켜보다가, <나의 해방일지>와 <한겨레21>의 ‘연결’을 생각해봤다. 이미 지방선거 개표 결과가 일간지와 인터넷 언론을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다음에 발간될 주간지는 어떻게 표심을 분석해야 하는가를 두고 팀장들과 머리를 맞대다가 나온 아이디어였다.

이번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인 경기도, 그중에서도 민주당 지지층의 균열을 보여줄 수 있는 ‘어떤 지역’에 집중해 살펴보기로 했다. 전통적 민주당의 텃밭인 경기도 군포에 주목한 이유다. 군포에선 2000년 총선 이후 지역구 국회의원,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시장 등이 모두 민주당 소속이었다. 이번엔 달랐다. 2006년 지방선거 이후 처음으로 보수정당인 국민의힘 소속 군포시장이 탄생했다. 하지만 군포의 민주당 지지층이 지지 정당을 아예 국민의힘으로 바꾸는 ‘전향 이탈’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김동연 민주당 후보에게 경기도 전체(49.06%)보다 많은 득표율(51.65%)을 몰아줬고, 기초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들이 1위를 차지했다. 박기용 기자와 이정규 기자가 역대 군포 선거와 관련된 통계를 분석하고, 군포 유권자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이를테면 산포시가 아닌 군포시에서 기록한 ‘나의 투표일지’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민주당의 참패다. 호남과 제주를 제외한 전국의 민심이 민주당에서 돌아선 것이 또렷했다. 특히 견고해 보였던 수도권 민주당 지지층의 이탈이 심상치 않다. 박다해 기자가 민주당 패배의 원인과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을 정치전문가 등 9명에게 물었다. 이번 지방선거에는 사상 처음으로 10대 후보들이 출마했다. 고한솔 기자가 전국에서 출마한 10대 후보 여섯 명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번호를 읽는 동안만큼은, 하루 5분이라도 독자 여러분에게 설레는 순간이 되기를 바란다.

황예랑 편집장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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