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318호 표지이야기에 성폭력 피해를 털어놨던 북한이탈여성 한서은(가명)씨 목소리가 밝아졌습니다. 한씨는 표지이야기 기사를 읽고 또 읽었다고 합니다. “한 편의 기사, 그리고 그 기사의 문장 한줄 한줄이 이렇게 큰 힘을 갖고 있는 줄 몰랐어요. 그동안 많은 어려움과 좌절이 있었는데 기사를 통한 응원과 배려로 절반 이상은 극복된 거 같아요. 힘내서 끝까지 싸우겠다는 마음의 결단도 하게 되었습니다.” 6월24일 통화에서 한씨가 말했습니다. 그의 말이 참 고마웠습니다.
20대에 홀로 낯선 신세계에 발을 디딘 뒤 뿌리를 내리려 애쓰던 지난 몇 년의 삶은 신산했습니다. 국가가 정착 지원을 돕겠다며 붙여준 신변보호담당관(경찰)을 믿었고, 그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며 붙여준 국군정보사령부(국군정보사) 소속 군인 신영기(가명) 중령과 고승현(가명) 상사를 믿었습니다. 하지만 믿음은 배신으로 돌아왔습니다. 국군정보사 군인들에게서 그루밍 성착취를 당하면서도 한씨는 그것이 범죄라는 사실을 몰랐고, 피해를 입은 자신만 탓했습니다. 우울증, 불면증, 자살충동이 일상을 맴돌았습니다. 정신과 약을 세 배로 늘리며 하루하루 근근이 버텼습니다. 그러다 2019년 말 겨우 용기를 내어 국방부 검찰단(군검찰)에 고소했습니다. 군검찰 조사 과정에서 피해 상황이 고스란히 녹음된 40여 분 분량의 음성파일을 듣는 2차 가해를 당했고, 군검찰의 수사는 7개월 가까이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시민이 된 뒤 한씨의 삶은 어려움과 좌절의 연속이었습니다.
한씨는 기사에 달린 댓글에서도 많은 위로를 얻었다고 합니다. 댓글에는 “용기 있는 이번 탈북여성만 (드러내놓고) 말해서 그렇지, 그동안 얼마나 많은 탈북여성이 공포스럽게 당했을까” “피해자 한씨의 심리치료가 시급하다” “국가기관에서 이러면 어쩌냐, 국가 책임이다”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그동안 한씨는 낯선 땅에서의 고립감에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고 느낍니다.”
같은 북한이탈여성인 지인들로부터도 공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나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는데 조금만 더 끌려다녔으면 너처럼 당했을 수도 있었구나”라며 가슴을 쓸어내린 친구가 있었습니다. 성폭력 피해를 겪은 지인이 있는 또 다른 친구는 “용기 있게 나서줘서 고맙다”고 말해줬습니다.
지난 일주일간의 변화를 전하며 한씨는 이제 좀더 적극적으로 싸움에 나설 작정이라고 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도 활용하고,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제 싸움을 이어나가며 또 다른 성폭력 피해자를 돕고 싶습니다.” ‘상처 입은 치유자’로 한발 한발 나아가는 한씨를 <한겨레21>은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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