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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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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의 계절이 오면 코로나도 잦아들겠죠

등록 2020-03-07 23:50 수정 2020-05-03 04:29
정정훈 제공

정정훈 제공

그저 겨울이래도 한껏 웅크릴 텐데, 코로나19로 몸짓 하나 더하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마스크를 살짝 벗고 정정훈(50·맨 왼쪽) 독자에게 전화했다. 경기도 군포에서 냉면가게를 운영한다. “어유, 예상하시다시피” 가게는 임시 휴업 중이다. 냉면집에 겨울은 늘 비수기다. 그나마 겨울 별미로 찾던 손님조차 올해는 없다. “전염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목숨 걸고 장사하느니, 어차피 장사도 안 되는데 그냥 문 닫자 싶었어요.” 쉬면서 을 뒤적인다. 다시 냉면의 계절은 올 거고 그때쯤 이 난리도 끝나 있으리라는, 정도의 희망을 생각한다. 문 닫은 가게 걱정은 여기까지만. 그의 걱정은 어느새 다른 사람들을 향한다. “나보다 더 힘든 주변 상인”을 걱정하고 “약한 처지에 놓인 진보언론”을 우려한다.

특히 힘든 시기일 것 같다. 우리 가게는 원래 겨울을 비수기라고 생각하니 그래도 좀 마음 편하게 문 닫았다. 주변 다른 자영업자들은 정말 힘들다. 지금처럼 손님이 없어도 걱정이고, 평소 쉬는 날 하루 없이 몸 다 망가지도록 일한다. 전반적으로 자영업자 삶의 질이 너무 낮아서 걱정이다.

쉬면서 뭘 하고 계시나. 오늘 마침 을 읽었다. 삼성의 노조 와해 기사(제1301호, 제1302호)를 봤다. 그냥 ‘그런 일이 있다’ 정도 알고 있던 이야기를 꼼꼼하게 풀어준다. 은 1996년부터 꾸준히 본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나에겐 신문 나 은 정론지인데, 전체 언론 지형에서 보면 약자의 위치에 있지 않나. 힘 보태고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변 사람들과 을 함께 읽나. 딸 하나 아들 하나 있는데 대학생이다. 읽다가 좋은 기사는 접어서 잘 보이는 곳에 놓는다. 안 읽고 있으면, ‘접어놨으니까 얼른 보라’고 잔소리한다. 접는 기사가 사실 너무 많기는 하다. 특히 민주주의 역사와 관련된 기사가 나오면 꼭 좀 읽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접어둔다.

이번 설 퀴즈큰잔치에는 응모했나. 결과는? 당첨됐는데 어피치 인형…. (설마 독자님 취향이 아니셨나.) 하하 사실 그랬다. 다행히 딸이 인형을 무척 좋아해 딸 몫이 됐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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