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97호 표지이야기는 4·15 총선 전반을 전망했습니다. ‘준연동형 비례제’라는 달라진 선거 규칙과 이에 대응하는 정치권의 움직임을 독자에게 쉽게 설명하려고 했습니다. 특히 ‘내 표의 최고 가성비를 찾아라’ 기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투표 전략과 그 이유를 취재해서 보여주시면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는 독자의 제안을 기사 내용과 구성에 반영하려 노력했습니다.
표지이야기 취재와 기사 작성을 하며 가장 신경 쓴 것은 ‘유권자의 시각’이었습니다. 그동안 저 스스로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저를 포함해 많은 언론의 정치 보도가 유권자보다는 정당 지도부의 시각에, 여의도 정치권의 ‘정치공학 프레임’에 치우쳤다고 생각했습니다. 제1297호가 그동안의 관성을 깨고 유권자에게 좀더 가까운 기사를 담는 데 성과를 냈느냐는 질문에 ‘예’라고 자신 있게 답하지는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정치권 시각에서 벗어나 평범한 독자와 유권자가 가려워하는 부분을 긁는 정치 기사의 취재와 작성에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해봅니다.
이러한 다짐을 하고 설 전후 정치권을 돌아봤습니다. 기존 정치권은 시시각각 변하는 유권자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과거 관행에 사로잡혀 총선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효과를 본 ‘인재영입’에 이번에도 공들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재영입 2호인 원종건(27)씨가 데이트폭력 의혹으로 ‘미투’(나는 고발한다) 논란에 휩싸이며 타격을 입었습니다. 정치인의 자질이나 역량보다 ‘스토리’에만 초점을 맞추다 불거진 결과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은 보수 통합 논의를 이어가지만 지지부진합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신당 창당에 무게를 두고 활발하게 움직이지만, 과거 창당과 탈당을 반복했던 그의 이력 때문에 기시감을 느끼게 합니다. 정의당은 비례대표 선출을 둘러싸고 당내 이견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모습이 연출되는 건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 ‘어떻게 한국 사회를 바꿀 것인가’ 같은 질문이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질문이 없는 인재영입은 ‘이벤트’에 그칠 수 있습니다. 대통령 탄핵에 대한 반성과 개혁 없이 ‘묻지마 통합’으로 선거에 임하려는 보수 통합 논의는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할 확률이 높습니다. 명확한 색깔을 보이지 못하고 무당층에 기대 ‘제3세력’이 되겠다는 전략은 유권자 수준을 너무 낮게 본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제 각 정당의 후보자 공천이 본격화합니다. 당별로 정책과 공약을 하나씩 내놓고 있습니다. ‘어떻게 한국 사회를 바꿀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경쟁적으로 나왔으면 합니다. 풍부한 논의를 위해 도 언론으로서 제 역할을 하겠습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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