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새벽 2시, 새로 꾸린 독자편집위원회3.0 3기 단체대화방에 알람이 울린다. ‘토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한겨레21!’ 크리스마스라봐야 그저 인사치레로 메리(즐거운·Merry), 메리 하기는 해도 정말 메리한 성탄은 흔치 않다. 그가 적은 메리만은 왜인지 메리가 충만해 보였다. 그럴 만했다. “산타복 입고 노숙인 찾아다니면서 선물 드리고, 노숙인 교회 가서 캐럴 부르고 보냈어요.” 성탄맞이 봉사활동을 하셨나 싶었다. 소개를 부탁했다. “신문방송학을 가르치는 대학강사이고, 홈리스에게 사진을 가르치는 활동가이고, 노숙인이에요.” 응? 잘못 들은 걸까? “노숙인, 맞아요. 쉼터 생활도 했는데 지금은 시설에만 모든 홈리스를 몰아넣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껴 집을 구해서 다른 노숙인들과 같이 살고 있습니다.” 이상훈(49) 독자다.
홈리스 활동가를 넘어서, 홈리스 생활을 한다니 생소하다. 7~8년 됐다. 처음에는 위장 취업 비슷한 것이었는데, 어느덧 나도 진짜 홈리스가 돼 있다. 우리나라에선 흔치 않은 방식이지만, 캐나다에서 공부했고 북미의 운동 방식 가운데 이런 형태가 많아 참조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분들의 생애사나 처한 사회적 혐오를 나 자신이 홈리스가 된 덕에 속속들이 알 수 있었다.
홈리스들과 어떤 활동을 하나. 독서모임도 꾸리고 그때그때 다양한 활동을 한다. 특히 인물사진 찍는 법을 가르친다. 홈리스들이 보여주는 어떤 ‘분발의 순간’이 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뭉클하다. 활동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2019년 에서 어떤 기사들이 기억에 남나. 최근 홍콩 시위를 다룬 기사들을 잘 읽었다. 홍콩 친구들이 제법 있어 걱정이 많다. 홍콩에 직접 가볼까도 싶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던 차에 홍콩의 생생한 모습을 보여줘서 고마웠다. 우리 민주화를 지지해줬던 홍콩 시민들에게 힘을 더 실어줘야 할 것 같다.
독편3.0 3기에는 어떤 기대를 가지고 지원했나.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이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내 경험이나 생각이 도움 됐으면 좋겠다. 사회적 혐오의 극단에 있는 홈리스 문제도 그렇고, 남북문제에서도 단순히 전략이나 회담 같은 이벤트를 넘어 통일 관점에서 이야기해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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