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판대 앞에 선다. 한 주의 사건들을 떠올린다. 여러 주간지를 쓱 둘러본다. 개별 사건을 묶어 하나로 그려보고 싶다. 옳지, 이번에는 이다. 잡지 감별사처럼 매주 가판대 앞에 서는 하경화(30)씨에게 은 세상을 읽는 지도다. 정보기록학 논문을 준비하는 하씨를 인터뷰했다.
정보학 전공자가 볼 때 요즘 언론 환경은 어떤지. 조국 국면을 거치면서 객관성이란 게 뭘까 이런 근본적인 고민이 생겼다. 누가 옳고 그르고를 말하기도 어려워졌다. 여론을 10여 년 전과 비교하면 그때는 의견이 달라도 서로 경청하고 공존하는 분위기였다. 지금은 언론사뿐 아니라 유튜브 채널, 팟캐스트 등 정보를 유통하는 경로가 다양해졌지만 오히려 서로 대화하기는 어려워졌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유튜브 채널 등 정파 성격이 강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생겨난 격차 때문인 것 같다. 주목할 만한 점은, 몇 년 사이 보수가 나름의 논리를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서울 광화문 집회만 봐도 그렇다. 20대인 남동생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특혜를 보면서 보수 쪽 논리에 동조하고 있다.
기자를 ‘기레기’라고 하며 혐오·조롱의 대상으로 삼는 분위기는 어떤가. 욕먹을 만한 오보가 많았다. 하지만 정론을 찾아 신문과 잡지를 고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달라. 긴 호흡으로 가치를 발하는 언론의 역할이 필요하다.
인상적이었던 기사는. 현대중공업의 울산 르포 ‘부서진 질서 무너진 삶’을 꼼꼼하게 읽었다. 알려지지 않은 목소리를 전했다는 점에서 좋았다. 또 내가 계약직으로 한 공고에서 (학교 도서관) 사서로 일한 적이 있다. 당시 친구들 몇몇과는 지금도 연락한다. 그래서인지 특성화고 졸업 이후 삶을 다룬 것이 인상적이었다.
인터뷰 말미 하씨는 “공공기록물 실태 현황을 짚는 취재를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요즘 경쟁지에 비해 깊이가 좀 덜한 것 같아요.” 까다로운 독자답게 분발도 요구했다. “논문을 마무리하고, 정규직이 되면 정기구독을 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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