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호 표지이야기 ‘교도관은 나를 에이즈라 불렀다’를 쓴 사회팀 변지민 기자입니다. 표지이야기를 오랜만에 썼고, 그래서 21 토크에서도 한참 만에 인사드리네요.
이 기사는 지난해 대구교도소에서 벌어진 일을 다뤘습니다. 교도소에 수감된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인 3명이 교도관에게서 인권침해를 당했고 그 과정에서 다른 수용자들에게 감염 사실이 알려졌다고 주장하는 상황입니다(반면 법무부에선 이런 적이 없다고 합니다).
교도소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저는 이 사건이 특수하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HIV 감염인이 겪는 일상적 따돌림의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대구교도소 교도관들이 특별히 감염인을 차별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그저 남들만큼, 그러니까 저와 여러분만큼 HIV 감염인을 대했을 뿐일 겁니다.
‘막연한 공포’. 많은 사람이 HIV와 에이즈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감정입니다. 그 인식은 감염인에게 실제 공포로 다가옵니다. 다니던 직장에서 쫓겨나고, 친구와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생계 곤란에 시달립니다. 질병관리본부와 대한에이즈예방협회가 1천 명에게 설문조사해 2016년 3월 발표한 ‘2015 에이즈에 대한 지식·태도·신념 및 행태 조사’를 보면 응답자 중 71.7%가 “나는 같은 동네에 에이즈 감염인이 있다면, 같이 어울려 잘 지내기 힘들 것”이라고 했습니다.
HIV가 일상생활로는 감염되지 않는다는 정보는 새로운 사실이 아닙니다. 그동안 신문으로 방송으로 정부 홍보로 무수히 알려졌지요. 별 소용은 없었던 듯합니다. 우리는 남의 일에 별로 관심이 없지요. 저도 이번에 기사를 쓰면서 처음 알았습니다.
지난호 표지이야기가 포털로 출고되자 수많은 댓글이 달렸습니다. 주요 내용은 ‘감염인이랑 같이 있다가 감염되면 책임질 거냐’ ‘한겨레 너희부터 감염인 채용시켜라’였습니다. 감염인을 배척하는 사람들도 그리 악의는 없을 겁니다. 걱정과 두려움이 주된 정서겠지요. 잘못이 있다면 ‘자세히 알아보려 하지 않은 것’일 겁니다. 그분들의 두려운 마음이 한편으로 이해되면서도,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지 고민했습니다.
이번호에서 소개한, HIV 감염인 유튜버 ‘랑둥’님의 활동에 주목한 것도 그런 고민의 연장선입니다. 랑둥님은 자신의 일상을 드러내고 ‘나도 당신처럼 평범한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진정성 있게 전달합니다. 2000년대 초 홍석천씨와 하리수씨가 사람들 앞에 등장한 뒤로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상당 부분 무너진 것처럼, 랑둥님의 활동으로 인식의 변화가 생기기를 기대해봅니다. 개인으로선 몹시 힘든 길이겠지만요. 그런 선택을 한 랑둥님을 응원합니다.
변지민 기자 d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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