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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에게 걸려온 전화

등록 2019-04-29 10:42 수정 2020-05-03 04:29

“시골에 사는 촌부에게 세상과 접하는 다리가 되어주는 .” ‘설 퀴즈큰잔치’에 응모한 독자엽서를 읽어 내려가다 이 대목에서 한참 눈길이 머물렀다. 이번주 단박인터뷰 독자로 홍성헌(46·사진 왼쪽)씨를 모신 이유다.(‘인상 깊었던 기사’로 ‘청소년 자해 3부작’을 꼽아서가 절대 아니다!)

일면식 없이 첫 인연을 잇는 전화 통화는, 더구나 독자님과 첫 전화 통화는 늘 긴장된다. “안녕하세요, 전정윤 기자라고 합니다.” 기자의 첫인사에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어요”라는, 뜻밖의 달콤한 답인사가 돌아왔다. “제가 을 본 지 15년 됐거든요. 나름 꽤 됐는데 소통은 못하고 기자님들이 쓰신 기사만 읽어서… 짝사랑하던 사람한테 ‘전화 좀 왔으면 좋겠다’ 같은 생각을 해보곤 했어요.” 홍성헌씨는 “지금 너무 반갑고 신나고 설렌다”며 전화 건 기자의 마음마저 반갑고 신나고 설레게 했다.

그는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에 산다. 3년 전 쌍둥이 딸이 태어나면서 도시 생활을 청산했고, 재택근무를 하면서 육아에 힘을 쏟고 있다. 집 앞에는 논이 뒤에는 산이 있고, 층간소음 걱정 없는 농촌 생활이 만족스럽다. 다만 ‘세상과 교류가 없어진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 매주 배송되는 이 세상과 그를 잇는 ‘다리’가 되어준다.

주로 을 통해 도시 이야기를 읽는다. 을 통해 그가 사는 시골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도 있다. 가령 조금만 아파도 40~50분 떨어진 도시의 소아청소년과로 가야 하는 열악한 의료 환경은 기사로 소개돼 개선되면 좋겠단다. 바둑판처럼 펼쳐진 논을 한칸 두칸 잠식해 들어오는 공장도 두렵다. 그는 “환경오염 등 공적인 문제가 가시화되면 바로 제보하겠다”고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에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이라고 묻자, 그는 “마지막이라고 하니까 괜히 뭉클하다”며 말에 속도를 냈다. 주섬주섬 머릿속을 헤집던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위해 노력할 테니 기자님들도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특히 오랫동안 좋은 기사를 써달라”고 당부했다. 또 “기자들이 쉬는 날 무슨 영화를 보는지, 이번 주엔 무슨 책을 읽었는지, 근무환경은 어떤지 궁금하다”며 “기자의 일상적인 삶이 어떻게 기사로 반영되는지 알고 싶고, 친구 같고 이웃 같은 기자들과 친밀감을 높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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