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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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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의 체온을 느끼게 해달라

독편3.0 첫번째 오프라인 모임…

뉴스룸 안에 들어온 카톡방 가감 없는 직설 쏟아져
등록 2018-09-15 13:35 수정 2020-05-03 04:29
왼쪽부터 권성철님, 최영식님, 황준서님, 강예슬님, 김나윤님. 박승화 기자

왼쪽부터 권성철님, 최영식님, 황준서님, 강예슬님, 김나윤님. 박승화 기자

“출판면에 나오는 책 단신 소개는 기자가 다 읽고 썼나 싶다.”

“‘21 토크’는 사실 재미가 없다. 잘 안 읽는 경우도 많다.”

“독편 카톡방 솔직히 흐지부지될 것 같아서 걱정된다.”

폐부를 찌르는 말이 거침없이 쏟아진 곳은 9월11일 저녁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4층 한겨레21부 회의실. ‘직설’을 한 이들은 의 독자 참여 강화 프로젝트, ‘독편3.0’에 참여한 독편님들이다. 7월23일 시작한 독편3.0이 어느덧 출범 두 달을 향해 달려가는 가운데, 이번엔 ‘카톡방’이 ‘뉴스룸’ 안에 ‘훅’ 들어왔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훅 들어오다 </font></font>

류이근 편집장은 지난 9월3일 독편 카톡방에 “독편3.0 첫 오프라인 모임을 갖고자 한다”며 “경복궁 앨리스님이 제안해주신 ‘독편3.0 리뷰출동’<font color="#C21A1A">(제1228호 ‘격하게 공감했고, 짠내에 감동했다’)</font>의 오프라인 버전”이라고 ‘톡’을 띄웠다. “전 마음만은 참석해 있겠습니다”(박지승), “전 퇴근이 7시라, 참석은 힘들 듯합니다”(밥그릇), “저도 지방이다보니 평일 오후에 서울까지는 무리가 있어서…”(빛69), “저는 하필 그 주간에 지방에 가 있어서…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겠습니다”(아샤) 등의 아쉬움 속에 최영식님, SB님, 꿈뚱뚱이님, 황준서님, 권성철님, 김나윤님 이렇게 여섯 분이 참석 신청을 했다.

당일 다른 사정이 생겨 불가피하게 불참한 SB님을 제외하고 저녁 7시 5명의 독편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교복을 입고 나타난 황준서님을 보고 독편과 기자들 모두 반가워했는데, “중간고사 기간이라 올까 말까 고민했는데, 엄마가 ‘이것도 공부다’라고 허락해주셔서 왔다”는 말에 감탄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본격적인 독편 토론에 앞서 ‘식순’이 하나 더 있었다. 참석자들 가운데 유일하게 카톡방에서 닉네임을 썼던 ‘꿈뚱뚱이’, 강예슬님은 카톡방에서 류이근 편집장이 김이수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표지로 다룬 <font color="#C21A1A">제1228호</font> ‘만리재에서’를 통해 언급한 책 (류 편집장은 법조기자 시절 당시 고법 부장판사이던 김이수 재판관에게 이 책을 선물받았다고 썼다)을 대신 읽어보고 싶다(류 편집장은 읽지 못했다고 썼다)고 했는데, 이날 류 편집장이 이 책을 선물한 것이다.

맨 처음 토론은 독편 활동에 대한 평가였다.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강예슬(강) 표지를 선택할 때도 나와 생각이 다르더라도 내가 보지 못했던 관점이나 시각을 제시해주는 독자가 있다. 독자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운영되는 것만으로도 의견이 순환된다는 생각이 든다.

황준서(황) 특정 주제에 대한 의견을 다양하게 들을 수 있다. 내부적으론 10명 내외 기자들의 얘기만 들었다면 이젠 100명 가까운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이 기사에 반영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대로 가면 더 발전할 것이다. 이런 소통 시스템이 있다는 게 좋다.

권성철(권) 카톡 시스템 좋다.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신속하고 빠르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시간과 정성을 들여 읽어야 하는데 읽기가 어렵다. 이건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큰 문제나 개선될 사항은 아직 찾지 못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한계를 짚는 날카로운 시선도 있었다. </font></font>

김나윤(김) 소통한다기보다는 Q&A 방식 같다. 기자들은 질문하고 독자는 답하고. 단톡방을 보면 얘기하는 사람만 주로 얘기한다. 현재 편집장만 주로 얘기하는 것 같은데 어떤 기자들이 들어와 있는지도 모르겠다.

카톡방에서 활동하는 기자가 적은 것 같다는 생각은 한다. 독자가 말하는 것에 대한 코멘트를 해주는 기자가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한다고 더 많은 독자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독자들의 말이 무조건 옳다는 방향으로는 흘러가지 않길 바란다. 타당하지 않거나 올바르지 않은 의견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 독자 의견에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독자 의견 좋다’는 식으로 다 수용하는 피드백만 있어서 그 부분이 우려된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독자 대면 늘려야 한다 </font></font>

오프라인 모임 등 독편 활동의 다각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오프라인 모임은 필요하다. 학교에서 로 시사토론 동아리를 하고 있다. 동아리를 운영해보니 10대들이 시사에 관심이 없었다. 무작정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하고 모임을 꾸렸다. 동아리 활동 이후 친구들이 교실에서 드루킹, 남북 정상회담이 어땠다는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 주최하는 강의를 듣고 남북관계에 관심 생겨 이후 을 보게 됐다. 독편 카톡방 시스템은 보다 앞선다.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선에서 토론회나 오프라인 모임을 계속 만드는 것도 독자 확장에 좋지 않을까.

독자 대면을 늘리는 데 찬성한다. 지금 2유형 카톡방까지는 활동하고 있는데, 3유형 소모임은 진도가 안 나가고 있다. 3유형을 신청했고 별도로 개설된 단톡방에서 독립영화를 보러 가자고 모임을 꾸리려 했는데 태풍이 와서 취소됐다. 독자에게 다 알아서 하라는 느낌이 강하다. 모임짱도 독자가 하고 모집도 독자가 해야 한다. 기자가 직접 들어올 필요는 없다. 하지만 매칭 역할은 기자가 해주어야 한다.

최영식(최) 단톡방이 참 신선한 시도인데, 단점은 시도 때도 없이 알람이 울려 스트레스를 받는다. 나갈까 말까 고민도 했다. 차라리 네이버나 다음의 카페를 이용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싶다. 제보, 표지 등 원하는 게시판에 들어가 의견을 개진하는 장점이 있지 않을까 싶다.

독편으로서 콘텐츠를 기자가 드러나는 방식으로 바꾸면 좋겠다는 제안도 나왔다.

난민이 표지이야기로 실렸을 때, 친구들끼리 난민이 주로 젊은 남자인데 젊은데 왜 올까라고 생각했던 의문이 풀렸다. 사람 대 사람의 스토리가 있으면 더 마음이 움직이는 것 같다.

출판면 책 소개 단신은 성의가 없어 보인다. 기자가 무작정 추천하지는 않잖나. 그런 과정이 밝혀지면 더 재밌을 것이다.

‘이번호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라는 굿바이 멘트는 독자 입장에서 너무 갑작스럽다. ‘통보’다. 갑자기 연재가 끝나니까, ‘왜 끝났지’ ‘독자 반응이 안 좋아 잘렸나’ ‘애착이 있었는데 내가 더 반응을 보일걸 그랬나’라는 후회도 든다. 편집장이 설명해주는 것보다 외고 작가가 직접 굿바이 인사를 해주면 어떨까. 마지막 인사는 떠나간 사람이 해야 한다. 편집장이 ‘그 작가분은 어떤 이유로 떠났어요’라고 전달해주는 것만으로는 아쉬움이 클 것 같다.

기고 작가가 떠날 때 자신은 어떤 사람이었고, 왜 떠나는지를 쓰면 재미있을 것 같다.

특히 독편은 ‘만리재에서’와 같은 성격의 콘텐츠가 늘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옛날에는 연재소설을 보려고 사람들이 신문을 사 읽었다.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기사에 연재성을 녹이면 독자도 확장될 수 있다. ‘만리재에서’라는 코너가 우리가 바라는 사항을 다 담고 있다. 기사 앞이나 뒤에 어떤 사연으로 썼다는 내용의, 기자에게 인간미를 느낄 만한 공간도 필요하다. 사람의 체온을 느끼게 해주는 방식이 필요하다.

그런 칼럼들은 화려한 무대의 뒤를 훔쳐보는 느낌이 들어 좋다. 신문의 ‘더 친절한 기자들’(기자가 친절하게 중요 이슈를 해설하는 칼럼)이나 기자수첩 같은 코너가 21에도 생기면 어떨까. ‘편집자 주’가 들어가긴 하는데 너무 압축적이어서 이해가 잘 안 된다. 제보를 받은 경위, 취재 과정 등 취재 결과 말고 과정을 알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인상 깊었던 기사는 항상 스토리가 있었다. 변지민 기자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애착 때문에 시작했지만 취재를 하면서 보지 못했던 이면을 찾았다는 스토리가 좋았다. 하어영 기자의 ‘반성’ 기사도 좋았다. 기자들의 속이야기가 있어 인간 대 인간으로 관심이 갔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기자들의 속이야기를 듣고 싶다 </font></font>

황준서님은 뒤풀이도 못하고 ‘독서실’로 중간고사 시험 공부하러 떠났다. 손석희를 빼닮아, 카톡방에서도 손석희의 젊은 시절 흑백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쓰는 그는 기자가 목표란다. 경기도 양평에서 온 최영식님은 차가 밀려서 30분 정도 늦은데다 서둘러 떠나느라 ‘스핑크스’에서 이뤄진 2차 뒤풀이에도 참석을 못했으나 연신 다른 젊은 독편들의 의견을 들으며 “훌륭하다” “대단하다”고 이날 모임에 흡족함을 나타냈다. 그리고 장년층 독자들을 위한 참신한 아이디어를 던지셨다.

4050세대가 좋아하는 콘텐츠는 분량을 작게 쪼개 한두 면에 압축적으로 중요한 이슈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그 면만 글자 크기를 키운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 젊은 사람이 좋아할 것 같은 콘텐츠는 지금처럼 글자를 작게 해도 괜찮다. 그런데 장년층이 좋아할 만한 이슈는 글자 크기만 바꾸더라도 글이 사장되지 않고 잘 읽힐 거다. 독자의 확장성을 위해 편집 방향을 면밀하게 잡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어떤 글이든 밑에다 제보로 연결할 수 있는 창구를 안내해야 한다. 40대 이상은 전화번호가 좋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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