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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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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독자에게 고마워하라”

<한겨레21>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 2탄…

뉴스의 음지에서 일하는 ‘출판국’과 ‘디자인주’
등록 2018-07-10 15:02 수정 2020-05-03 04:28
<21>을 만드는 사람들 사이에 ‘독자의 자리’가 있다. 왼쪽부터 변정미, 이근영, 이유경, 유상진, 이문기, 문성호, 천재인.

<21>을 만드는 사람들 사이에 ‘독자의 자리’가 있다. 왼쪽부터 변정미, 이근영, 이유경, 유상진, 이문기, 문성호, 천재인.

누가 뉴스를 생산하는가.

이유경, 김태영, 변정미, 유상진, 장광석, 이근영, 손정란, 문성호, 이문기, 김소희, 김도연, 천재인…. (이하 )을 만드는 보이지 않는 이름들이다. 기자가 아니면서, 뉴스 생산에 없어서는 안 될 이들은 누구인가. 이들은 바로 을 제작하는 한겨레신문사 ‘출판국’의 관리·광고·마케팅 부서와 의 디자인을 맡고 있는 ‘디자인주’의 담당자들이다.

기업 광고 기반에서 독자 구독 기반으로 생존 전략을 수정하고 있는 세계 언론은 뉴스룸 둘레에 세웠던 높은 벽을 허물고 회사 내 타 부서와도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뉴스룸을 ‘뉴스커뮤니티’로
디자인주의 디자이너들. 왼쪽부터 김소희, 손정란, 장광석, 김도연.

디자인주의 디자이너들. 왼쪽부터 김소희, 손정란, 장광석, 김도연.

독자 중심 매체의 혁신 성공 사례로 꼽히는 캐나다 일간지 의 편집국장 존 스택하우스는 2013년 열린 세계신문협회 세계편집인포럼에서 “뉴스룸을 타 부서에 개방하라”며 “우리 뉴스룸에는 ‘사이트 최적화 담당 에디터’와 ‘독자 담당 에디터’가 일하고 있다. 시장조사, 디지털 개발, 광고 판매부서도 뉴스룸 안에 함께 있으며 교류할 수 있다”고 했다.(한국언론진흥재단, ) 지난 제1219호에 소개한 류이근 편집장(‘진성독자 1만명 21 영원하리’)에 이어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 2탄으로 이제껏 뉴스룸 바깥에 있던 ‘2차 생산자’들을 말하는 이유다. 기자들이 기사를 볼 때, 독자를 보는 이 2차 생산자들은 의 뉴스‘룸’을 독자와 함께하는 뉴스 ‘커뮤니티’로 확장하는 길에 ‘다리’가 될 것이다.

1987년 6월 뜨거웠던 민주화 역사의 산물이 이었던 만큼, 이들에게 한겨레신문사 또는 은 직장 ‘이상’의 의미다. 출판관리팀 이유경 부장은 창간 다음해인 1989년 경력 직원으로 입사한 ‘원로’다. “88년 창간할 때 지원했는데, 떨어졌다. 다니던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그다음 해에 ‘아직도 의사가 있냐’고 전화가 와 부리나케 퇴사하고 다음날부터 한겨레에 출근했다. 그때는 월급을 받아도 되나 그럴 정도로 어려웠지만, 보람이 있었다.” 1994년 이 창간할 때 출판국으로 옮겨 살림을 책임졌다. “원래 은 판매 매출이 광고 매출보다 많았다. 그런데 곧 역전될 것 같아서 걱정이다.”

출판마케팅부 변정미 차장은 1996년 을 제작하는 ‘출판국’으로 입사했다. 이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 출판국에서 근무한 변 차장은 다른 부서를 돌다 지난 4월 정기인사 때 출판국으로 복귀했다. “그때는 자발적인 신청도 많았고 전화로 매체 소개만 간단히 해도 정기독자가 유치됐다”고 ‘옛 시절’을 추억하는 그는 10년 만에 복귀한 ‘친정’의 쪼그라든 살림살이를 보며 ‘격세지감’이라고 했다. “지금은 정말 에 애정을 가진 장기독자 분들이 지탱을 해주는 형편이다. 구독 연차를 살펴보면, 5년이 넘어가는 독자가 많다. 장기독자에 대한 서비스를 고민하고 있다.”

언론사의 뉴스 생산은 복잡다단한 협업의 결과물이다. 광고국이 대표적이다. 광고 수익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며 광고와 기사를 거래하는 일이 공공연한 한국 언론에서 의 광고 담당자는 기업과 뉴스룸 사이에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고난도의 직무다. 유상진 출판국 광고커뮤니케이션부 부장은 2001년 한겨레신문사 입사 직후 겪은 일이 어제 일인 듯 떠올렸다. “에서 왔다고 하면 좋은 언론사에서 왔다고 박수 치면서 환대할 줄 알았다. 기업에 쓴소리하는 언론사에서 온 나를 만나주지도 않더라. 문전박대당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는 지난해 의 광고를 맡는 출판국 광고커뮤니케이션부 부장으로 왔다. 매주 금요일 기자들이 기사 지면을 마감할 때, 출판광고부는 광고 지면을 마감한다. “재벌 체제를 공격하면서, 재벌의 광고 지원이 없으면 존립이 위태로운 이율배반적인 구조는 잘못됐다. 우리가 만든 것도 아니다. 하지만 바꿀 수 있는 힘이 없다. 친기업 언론의 광고 담당자들은 할 수 없는 만의 철학과 가치를 세워왔다고 자부한다.”

을 지키는 나무 같은 사람들

뭐니뭐니해도 시사주간지 뉴스를 대표하는 얼굴은 ‘표지’다. 매주 표지 디자인을 맡는 장광석 디자인주 디자인실장은 2002년 6월 월드컵 16강 진출 염원을 담은 제411호 표지로 데뷔했다. 제1220호인 지금까지 ‘전속’ 디자이너로 16년, 800여 권의 표지를 디자인했다. 9명의 편집장이 바뀌는 사이 나무처럼 을 지켰다. “대학 3학년 때 산학협동으로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턴을 했다. 그때 인연으로 1999년 졸업하고, 딴 데서 잠깐 일하다가 2001년부터 한겨레에서 일했다.” 그에겐 의 역사가 곧 자신의 디자인 커리어다.

디자인주의 디자이너들은 기자들이 쏟아낸 맨몸 같은 활자에 잡지라는 ‘옷’을 입힌다. 장 실장이 표지 디자인을 비롯해 내지의 표지이야기 기사들을, 특집 기사는 손정란 팀장이 디자인하는 일이 많다. 표지와 특집은 뉴스룸에서 주력하는 콘텐츠인 만큼 각각 전체적인 색채나 폰트, 인포그래픽 디자인 등에서 각각 다른 ‘디자인 콘셉트’가 있다. 손 팀장은 2006년 디자인주에 입사하면서 을 만났다. 그는 여느 독자들보다 먼저 의 기사를 읽는 ‘독자’이기도 하다. “제일 먼저 기사를 읽는 재미가 있다. 재미있는 건 지인들한테 보내주기도 한다.”

디자인에는 지난해 11월 입사한 김소희씨와 지난 3월 입사해 갓 수습을 뗀 김도연씨도 있다. 각자 형식이 정해진 시사주간지 안에서 디자이너로서 독자에게 기사가 좀더 돋보이는 방법을 고심 중이다. 장 실장과 손 팀장이 굵직굵직한 기사의 디자인을 맡고, ‘레드기획’ 꼭지나 외고 등은 두 사람이 주로 맡는다. “웹툰 의 작가 김정연씨 인터뷰 기사를 디자인했는데, 원래 팬이었다. 특별히 한 것은 없지만, 그래도 작가님이 돋보이게 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김소희) “수습을 떼고 레드기획 디자인을 처음 맡았을 때 기사가 성소수자들이 하는 독립책방 햇빛서점 이야기였다. 만족스러운 디자인이 나와서 좋았다.”(김도연)

독자에게는 드러나지 않는 ‘음지’에서 을 만드는 이들은 생산자인 동시에 ‘독자’다. 다만 이들이 을 읽는 방식이 좀 다르다. 2003년 한겨레에 입사한 이근영 출판관리팀 차장은 최근 제1213호 표지이야기 ‘난임이 찍은 낙인’을 ‘영수증’으로 읽었다. 난임 병원 진료기를 쓴 허윤희 기자가 취재비 청구서로 제출한 병원 진료비 영수증의 비용 정산을 하면서, 주변의 난임 사례를 떠올렸다. 남북 정상회담을 다룬 ‘기념비적인 표지’로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까지 진출한 제1210호를 ‘거래명세서’로 읽었다. “드물게 () 추가 주문이 들어왔다. 거래명세서를 추가로 발행하면서 새삼스럽게 표지를 봤고, ‘아 역시 이거구나’ 싶었다.”

광고커뮤니케이션부의 문성호씨와 이문기씨는 누구보다 ‘독자’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는 이들이다. 문성호씨는 광고 영업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광고주도 ‘독자’라고 했다. “여러 매체를 비교해서 보는 홍보 담당자들은 어떤 면에서 프로다. 콘텐츠에 대해서도 뼈아픈 이야기를 할 때가 많다.” 2007년 한겨레에 입사해 지난해 4월 출판국에 온 문성호씨는 종이 매체가 위축되는 것을 ‘숫자’로 절감하고 있다. “타사랑 광고 매출을 비교하는 건 의미가 없다. 플랫폼이 종이에서 모바일로 이동하면서, 지면 광고를 하던 광고주들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다. 갈수록 수치가 악화된다.” 2011년 입사해 2014년 9월부터 출판국에서 일하기 전까지 한겨레신문의 독자를 관리하는 ‘독자서비스국’에서 일한 이문기씨는 에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독자들이 대우를 못 받는다고 느끼는 게 문제다. 우리 매체는 신문도 도 경쟁 매체에 견줘서 장기독자가 많다. 그런데 그 독자들한테 지금까지 해준 게 없다. 기존 독자, 장기독자들의 고마움을 알아야 한다.”

달라지고 있습니다

을 만드는 사람들의 막내, 마케팅부 천재인씨는 출산·육아 휴직에 들어간 남아름씨의 대체인력으로 지난 6월부터 일하고 있다. 시사교양 PD를 꿈꾸는 그는 1년이 조금 넘는 ‘외유’ 기간에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독편3.0’이라는 가욋일도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독자 DB(데이터베이스)를 살펴보면서 5년 이상 장기독자가 많아서 놀랐어요. 이분들을 위해서 무얼 할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그는 지금 장기독자와 ‘독편3.0’ 등록 독자들에게 증정할 디자인 문구류 종합세트 ‘럭키 뉴스박스’를 구상 중이다. 이 달라지고 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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