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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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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편3.0 네 번째 오프라임 모임… 기획·탐사 보도에 집중해달라
등록 2019-04-29 10:28 수정 2020-05-03 04:29
4월23일 서울 용산구 청파동 숙명여대 앞 브런치 카페에서 열린 독자편집위원회 네 번째 오프라인 모임. 왼쪽부터 조배원, 이은주, 정성미 독자.

4월23일 서울 용산구 청파동 숙명여대 앞 브런치 카페에서 열린 독자편집위원회 네 번째 오프라인 모임. 왼쪽부터 조배원, 이은주, 정성미 독자.

애독자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은 지난해 7월23일부터 ‘독자편집위원회3.0’(이하 독편3.0)이라는 걸 하고 있습니다. 기자와 독자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모바일 소통 창구입니다. 정기구독자 중 200여 분이 독편3.0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설문조사 응답 등으로 에 의견을 주고 있습니다. 그중 70여 분은 단체대화방에서 표지 사진 선정 등 좀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고 있고요.

독편3.0을 시작한 지 벌써 9개월 가까이 흘렀고, 그동안 여러 통로로 기사에 의견이 반영됐습니다. ‘진짜 독자 의견을 반영한단 말이야?’ 의심이 드실 수 있겠지만, 진짜입니다. 여력이 닿지 못해 의견을 주신 분들께 피드백을 충분히 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을지언정, 독자 의견을 허투루 여긴 적은 없습니다. 주기적으로 독편 소식을 전하는 것도 그런 노력을 알아주십사 하는 의도입니다.

콘텐츠 질 높이는 ‘독자 참여’

특히 기자와 독자가 얼굴을 맞대고 만나는 행사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독편3.0 오프라인 모임은 1회(2018년 9월11일), 2회(10월23일), 3회(2019년 1월30일)를 거쳐 최근 네 번째로 열렸습니다. 4월23일 서울 용산구 청파동 숙명여대 앞 브런치 카페에서 조촐하게 열렸습니다. 조배원, 이은주, 정성미 세 분의 독자가 오셨습니다. 에서는 류이근 편집장과 변지민 기자가 참석했고요. 앞으로 독편3.0을 개편해 새로운 독자들의 참여를 받는 방안을 논의했고, 최근 기사에 대한 평가도 있었습니다. 2시간가량 진행된 대화 중 일부를 뽑아서 정리했습니다. 오프라인 모임에서 얼마나 시시콜콜하고 진지한 대화가 오가는지 맛보기로 공개하고, 더 많은 분들의 참여를 기다리는 마음에서요.

첫 화두는 ‘독자 표지공모제’였습니다. 잠깐 배경 설명을 하면, 지난해 11월 독편3.0 위원들께 표지이야기로 다뤘으면 하는 주제를 물었습니다. 수많은 의견이 나왔는데 그중 ‘플라스틱 로드’가 1위로 뽑혔습니다. 일상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추적하고 환경에 기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기사입니다. 이승준 기자가 독자 열세 분과 취재팀을 꾸려 기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5월 말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조배원 독자가 류이근 편집장에게 물었습니다.

조배원 ‘플라스틱 로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데, 편집장이나 기자들에게 부담도 있겠어요. 참여하는 독자들은 그만큼 기사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가잖아요. 본인의 참여에 상응하는 반응도 기대하고요. 일일이 다 부응할 수 없을 텐데.

류이근 그게 부담이 아니고요, 사실 그걸 노렸어요. 독자하고 스킨십이 많아지면 기사를 대충 쓰기가 더 어려워요. 독자님들이 눈에 밟히거든요. 요즘 후원제까지 하니까 더 눈에 밟혀요. 독자님들이 취재에 참여하면 기존에 볼 수 없던 콘텐츠가 나오거나 기자가 가진 사고의 한계를 넓혀주는 장점이 있어요. 저는 콘텐츠 질을 높인다고 생각해요.

조배원 그 대목에서 건의할 것이 있어요. 독자 설문 때, 기사로 다뤘으면 하는 주제를 알려달라고 해서 의견을 하나 보냈거든요. 그런데 “담당 기자에게 전달하겠습니다”라는 말만 하고 아무런 반응이 없었어요. ‘그건 좀 기사화하기 어려울 것 같다’라든지 피드백을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청소년 자해 3부작 같은…

대화는 기사에 대한 의견으로 옮겨갔습니다. 특히 ‘청소년 자해’ 3부작(제1237호, 제1238호, 제1239호)을 인상 깊게 봤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은주 우리 딸이 2부를 보고 1부를 찾는 거예요. “앞에 기사가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해. 엄마 그거 어딨어?” 그래서 보여줬어요.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을 알려주고 눈길을 돌려주는 기사였다고 생각해요.

조배원 마음의 힘듦을 자해로 푸는 아이들도 있는데, 그걸 외부로 표출하는 아이도 많아요. 도박에 빠지거나 쇼핑 중독이 돼서 사채까지 끌어다 수천만원을 쓰는 경우도 있고요. 타고난 성정이 센 아이들은 그렇게 돼요. 주변에서 그런 사례를 많이 보고 들어서, 기사로도 다뤄주셨으면 해요.

변지민 에 여러 기대가 있을 텐데요, ‘청소년 자해’ 3부작처럼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를 발굴하는 기획보도가 있고, 국가정보원 알파팀처럼 권력형 비리에 대한 탐사보도가 있고, ‘버닝썬’처럼 최근 떠오르는 이슈를 종합해 다루는 해설보도가 있어요. 독자들은 이 모든 걸 다뤄주길 바라시는 것 같은데, 그중에서도 집중한다면 어떤 게 좋을까요.

정성미 버닝썬처럼 현안을 종합하는 기사는 굳이 안 다뤄도 될 것 같아요. 텔레비전만 봐도 다 나오잖아요.

조배원 첫 번째(기획보도)와 두 번째(탐사보도)요. 특히 은 첫 번째를 잘해왔던 것 같아요. 한국군의 베트남 양민 학살 문제를 몇 년에 걸쳐 계속 다뤄왔잖아요. 그건 정말 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 문제도 계속 다뤄 굉장한 성과를 이뤄냈고요.

이은주 해군기지가 들어선 제주 강정마을의 이야기를 계속 다뤄줬으면 좋겠어요. 그곳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분들이 있어요. 저도 이왕이면 강정에서 나오는 과일을 소비하는 방식으로 돕고 있고요.

조배원 (경기도 평택) 대추리도 그렇고 (경북) 성주도 그렇고, 일간지에 기사가 나오지 않는 곳이요. 그런 곳을 다뤄주세요.

와 겹치지 않게

기사에 다소 비판적인 의견도 나왔습니다. 조배원 독자는 와 을 둘 다 구독하는데, 양쪽에서 비슷한 기사가 나오면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조배원 에서 보도가 나오면 에서 같은 주제로 기획기사가 실리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아, 이거 편하게 업혀가는 거 아니야? 신문이든 이든’ 그런 생각이 좀 들었어요. 친한 선배도 둘 다 보는데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며 에서 다른 주간지로 갈아타시더라고요.

이은주 저는 사실 좋았는데. (웃음) 일간지에선 한 번으로 끝날 수 있는 게 주간지에선 후속으로 계속 추적 보도하니 좋았어요.

진화는 계속된다

독편3.0에 새로운 분들이 합류할 수 있도록 개편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일반 독자분들도 독자폰(010-7510-2154)으로 의견을 보내주시거나 향후 독편3.0에 참여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류이근 독편3.0이 출범한 지 아홉 달이 넘으면서, 초창기보다 단체대화방 참여도가 다소 떨어졌어요.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는 분들은 남고 새롭게 합류할 사람을 모으면 다시 활기를 띨 거 같아요.

이은주 괜찮네요. 새 피를 수혈하는 게 필요해 보여요. 분위기 전환도 필요하고요. 최근에는 단체대화방에서 의견을 내는 분들이 일부로 한정돼 있어요.

정성미 저는 사실 개인적 일이 있어서 독편3.0 활동을 전혀 못했어요.

류이근 오늘 오신 분들은 끝까지 남아주세요.

변지민 개편으로 ‘독편3.0 2기’를 만든다고 하면, 1기 때보다 역할이 늘어나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지금 정도가 적당할까요.

조배원 참여도를 더 높이면 전 부담스러워서 안 할 거 같아요.(웃음)

이은주 역할이 늘어나면 주도하는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 거 같아요. 단체대화방에서 더 이야기해보시죠.

변지민 구독자 입장에서 후원제는 어떻게 보시나요.

이은주 진화라고 생각해요. 언론 시장이 변하면서 독자층도 바뀌고 분명 어려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후원제처럼 독자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서로 협조하면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은 굉장히 발전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제게 나 은 억울한 상황이 생겼을 때 먼저 찾아가서 호소하고 싶은 언론이에요. 그런 언론이 있다는 건 큰 위안이 돼요.

글·사진 변지민 기자 d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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