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샌 어딜 가나 비트코인 이야기입니다.
투자 몇 달 만에 1억~2억원의 큰돈을 벌었다는 성공담에서 전세보증금을 빼 단기 투자에 나섰다가 처참한 손해를 봤다는 아우성까지, 대한민국 전체가 비트코인 광풍에 휩쓸려 있습니다. 이번호에서 비트코인 광풍을 날카롭게 분석한 윤형중 기자의 지적대로 비트코인은 우울한 ‘흙수저 세대’가 목돈을 벌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과연 이 광풍은 계속될까요. 이와 관련해 화폐의 본질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얘기를 하나 해볼까 합니다.
필리핀에서 동쪽으로 1400km쯤 떨어진 미크로네시아 연방에 ‘야프’라는 작은 섬이 있습니다. 야프섬이 세계 경제학자들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페이’라는 돌 때문이었습니다. 페이는 한국의 엽전처럼 생긴, 가운데가 뻥 뚫린 거대한 석회암으로 이 섬에서 오랫동안 화폐로 쓰여왔습니다.
이 섬에선 돌이 돈이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섬에서 돌이 화폐로 기능할 수 있었던 것은 희소성 때문이었습니다. 주민들은 이 돌을 채취하기 위해 섬에서 남서쪽으로 멀리 떨어진 팔라우까지 배를 타고 가야 했습니다. 돌을 확보한 주민들은 가냘픈 카누에 이 거대한 돌을 싣고 거센 파도와 비바람을 뚫고 섬으로 돌아왔습니다. 우리 눈에 페이는 그저 돌일 뿐이지만, 주민들에겐 막대한 인간의 노동이 투입된 소중한 물건이었습니다. 하지만 페이는 화폐로 사용되기엔 큰 단점이 있었습니다. 너무 무거워 휴대가 불가능했던 거죠. 그래서 사람들은 교환으로 확보한 페이를 낑낑대며 집으로 옮기는 대신, 원래 자리에 둔 채 마을 사람들로부터 이 돌이 자신의 것임을 인정받는 길을 택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재미있는 일화도 생겼습니다. 한 마을 주민이 정말 가치가 큰 돌을 채굴해 섬으로 돌아오다 풍랑을 만나 바다에 빠트리고 만 것이죠. 마을 사람들은 회의 끝에 바다에 빠진 그 돌마저 실효성 있는 페이로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바다 밑에 가라앉아 더 이상 손에 쥘 수 없는 돌의 가치를 인정해 교환 수단으로 삼다니, 역시 미개한 사람들인가요?
그러나 생각해봅시다. 현대인들은 식당에서 친구와 멋진 식사를 한 뒤 종업원에게 작은 플라스틱 카드를 내미는 것으로 거래를 완료합니다. 이 행동으로 내 은행 계좌의 잔고가 40만원에서 30만원으로 바뀔 것임을 거래 주체들이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유·무형의 대상이 화폐로 인정받는 데 필요한 핵심 요소는 경제주체들의 ‘신뢰’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화폐마다 신뢰를 확보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달러·엔·유로 등은 그 나라의 정부가 신뢰성을 담보합니다. 그래서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달러는 가장 안정된 자산으로 평가되지만, 언제 파산할지 모르는 아프리카 빈국의 화폐는 종이 쪼가리에 불과합니다. 역시 안정된 자산으로 인정받는 금은 발행기관이 없습니다. 금의 신뢰성을 확보해주는 것은 희소성과 이 누렇게 반짝거리는 금속을 갖고 싶어 하는 인간들의 원초적 욕망입니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은요? 비트코인의 신뢰성을 담보하는 것은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우리 모두입니다. 돌을 화폐로 사용하는 야프섬 사람들이 집단 사기를 당한 것이 아니듯, 비트코인 자체도 단순한 사기는 아닙니다. 문제는 자칫하면 투자자를 해치는 흉기가 될 수 있는 파괴적인 가격 변동성이지요.
비트코인 열풍은 계속될까요? 알 수 없습니다. 이 열풍은 금세 꺼질 수도 있고, 기존 화폐를 대체할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잡아 활활 타오를 수도 있습니다. 예측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조급히 뛰어드는 대신 한발 떨어져 잠시 추이를 지켜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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